[횡설수설/홍권희]1.5차 산업

입력 2005-11-29 03:01수정 2009-10-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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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손의 제주도 농사꾼 민명원(57) 씨는 10여 년 전 프랑스 여행길에 농촌의 작지만 깔끔한 숙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테이크를 구워 주며 투숙객들과 어울리는 주인도 멋져 보였다. 일본 농촌도 둘러본 민 씨는 1997년 서귀포에 국내 첫 휴양 펜션과 귤 농장이 딸린 ‘귤림성’의 문을 열었다. 통나무로 지은 객실, 시골 된장과 신선한 야채, 귤 따기 체험 등이 도시인들을 끌어당긴다. 귤림성 입장객은 연간 10만 명 이상이다.

▷내륙의 농민들은 “관광 여건이 좋은 제주와 우리 마을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면 민 씨는 “논에서 자연산 붕어나 미꾸라지를 키워도 될 것”이라며 “농민들이 길은 많은데 찾으려 들지 않는다”고 꾸중한다. 민 씨는 제주도 돌에 풍란과 야생화를 얹어 키운 석부작(石附作)을 중심으로 공원을 꾸며 내년부터 유료 관람객을 맞을 계획이다. 귤림성에 머물다 간 고객들에겐 직접 재배한 귤이나 e메일을 보내 ‘애프터서비스’를 한다.

▷이처럼 농업에 관광레저는 물론이고 문화예술,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등을 융합하는 시도는 외국에도 없는 ‘벤처농업’이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를 1.5차 산업이라 부른다. 1차 산업인 농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성격을 절반쯤 보탠 것이다. ‘열정, 탐구, 도전, 모험, 에너지’의 유전자를 가진 농업인이 정부에 기대지 않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벤처농업이다. 대규모 기업농이나 경쟁력 세계 1위 농업은 아니라도 ‘작지만 강한 농업’을 지향한다.

▷매달 1박 2일로 열리는 충남 금산군의 농업벤처대학에서 벤처농업인 1000여 명이 그제 축제 후 ‘한국농업 희망선언문’을 채택했다. ‘정부 의존에서 탈피해 체질을 바꾸고 소비자를 확보해 농업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키우자.’ 민 연구원은 “스포츠나 기업에서처럼 농업에서도 스타가 나와야 한다”며 이들을 독려했다. 일본에서 농가 소득이 특히 높은 시즈오카 현 농민과 공무원들이 이 축제를 지켜보다가 “한 수 배우겠다”며 이들을 일본으로 초청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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