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수일 씨 자살로 도청수사 흔들려선 안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05-11-22 03:09수정 2009-10-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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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도청과 관련해 3차례 검찰 수사를 받은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이 자살했다. 검찰 수사와 이 씨의 자살에 어떤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있는지 현재로서는 헤아리기 어렵다. 자살은 당사자의 성격이나 심리상태와도 관련이 깊기 때문에 검찰 조사에 무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조사 과정에 무리가 없었는지를 엄밀하게 밝혀내야 한다. 진상조사단에는 검찰 외부 인사도 함께 참여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씨가 자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도청 수사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국정원의 도청은 중앙정보부가 창설된 제3공화국 이래 고질적으로 저질러진 국가범죄다. 독재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화시대에 집권한 대통령들까지도 도청을 근절하지 못한 것은 생생한 도청 정보가 집권자들에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을 보여 준다. 철저한 수사와 처벌의 아픔이 없이는 국정원의 뿌리 깊은 도청문화가 환골탈태(換骨奪胎)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수사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피의자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작년에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박태영 전남도지사, 이준원 파주시장 등이 줄이어 자살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이 여러 차례 인격을 존중하는 수사를 강조했음에도 다시 자살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검찰은 일단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도청수사는 흔들림 없이 가되 이 씨 자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검찰 조사 방법의 개선책이 논의돼야 한다.

정치권은 이 씨의 죽음이나 도청수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발언을 삼가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제 인사차 찾아간 박주선 전 의원에게 “6·25를 통일전쟁이라고 한 사람은 관용해 주고, 공산당을 잡은 사람들을 구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할 일은 도청수사에 대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 ‘인권 대통령’ 시절에 국정원의 도청이 자행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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