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원, 보육시설 외면 기업 질책대신 호소

  • 입력 2005년 10월 6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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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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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주(열린우리당) 의원은 6일 국정감사에서 직장 보육시설 설치 규정을 위반한 사업장 대표들을 질타하기보다 시설 설치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에 앞서 ‘영육아보육법’에서 규정한 직장 내 보육시설 미설치 사업장 172개소 대표에게 편지를 발송했다.

김 의원은 편지에서 맞벌이 부부로 은행에 근무하며 아이를 키웠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 뒤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맞벌이를 하면서 힘들게 아이를 키웠던 엄마의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며 “보육시설을 설치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가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주요 원인은 보육문제”라며 “과다한 보육비 부담과 시설 부족으로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은행원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기 위해 할머니에게 딸아이를 맡겨야 했던 엄마로서 가슴시린 일들이 많았다”면서 “손수건을 옆에 꽂은 코흘리개 딸이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딸의 손을 잡고 있었던 사람은 제가 아니었고, 초등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때도 그랬다”고 소회했다.

김 의원은 “본인은 아이를 돌봐주신 어머님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맞벌이를 꼭 해야 하지만 비싼 보육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아주 많고 귀사의 직원 중에도 이런 마음 아픈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보육시설 설치 의무 사업장은 전국에 걸쳐 256개에 이르지만 이 중 66.9%(172개)의 사업장이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라며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에 매우 큰 손실이며,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다음은 김영주 의원 편지 전문>

친애하는 대표이사님께

안녕하십니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입니다. 우선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도 튼실한 경영으로 국민소득 향상과 국위선양에 기여해 오신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대표이사님께 이렇게 글을 띄우게 된 연유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가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에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리기 위함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 주요 원인은 보육문제입니다.

과다한 보육비용,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부족 등으로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대표이사님!

본인에게는 대학에 다니는 딸이 있습니다. 딸아이가 그렇게 자라기까지 돌이켜 보면, 은행원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기 위해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겨야 했던 엄마로서 지금도 가슴시린 일들이 많았습니다.

손수건을 옆에 꽂은 코흘리개 딸이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딸의 손을 잡고 있었던 사람은 제가 아니었고, 초등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때도 그랬습니다.

그나마 본인은 아이를 돌봐주신 어머님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도 없고, 경제적 여건 때문에 맞벌이를 꼭 해야 하지만, 비싼 보육비용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아주 많습니다.

귀사의 직원 중에도 이러한 맘 아픈 사례가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대표이사님!

현재『영육아보육법』에 따라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은 전국에 걸쳐 256개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 중 66.9%인 172개 사업장이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귀사도 여기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에 매우 큰 손실이며, 수요/소비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다음 세대와 또 그 다음 세대가 지속적으로 애정을 갖고 귀사의 발전을 지켜볼 수 있도록 직장보육시설 설치에 적극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분명히 귀사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법을 준수하고 기업을 적극 홍보하면서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맞벌이를 하면서 힘들게 아이를 키웠던 엄마의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본인의 서신이, 귀사가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통해 앞서가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에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환절기에 몸 건강하시고,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회의원 김 영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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