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송영오]‘평창의 눈 얼음’ 세계에 적극 홍보를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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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은 2003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2차 투표에서 캐나다의 밴쿠버에 3표 차로 역전당한 바 있다. 평창은 첫 번째 투표에서 51표를 얻어 40표의 밴쿠버를 앞섰으며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를 탈락시켰다.

당시 유럽의 영향력 있는 어느 IOC 위원은 이렇게 질문했다.

“평창은 눈이 풍부하고 올림픽을 할 수 있는 곳인가요?” “동계 스포츠 선수들이 평창의 눈이나 얼음을 전혀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한국 정부와 국민은 전폭적으로 지원합니까?” “한국의 IOC 위원들은 평창 유치를 확신하고 있나요?”

우리는 국내 후보 도시의 결정 지연 등으로 유치 활동 기간이 짧았고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및 후보 도시, 유치위원회 및 관련 기업들의 집중적인 교섭과 홍보활동에 힘입어 개최지로 선정될 뻔했던 것이다. 또 평창의 국제 인지도와 개최 능력을 인정받아 추후 유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렇다면 2014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는 가능한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지만 지난번보다 쉽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왜 그러한가?

첫째, 최종 목표인 표 대결에서 지난번과 형세가 유사하거나 다소 불리하다는 것이다. 지난번 결선투표에서 잘츠부르크를 지지한 대부분의 유럽 표가 밴쿠버로 몰려갔는데 이번에는 그만큼의 표가 유럽 도시로 몰려들 것이다. 따라서 유럽과 북미 이외 지역의 표를 더 많이 얻어 내고, 특히 결선투표에서 가능하면 유럽의 결속을 조금이나마 깨뜨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지난번 유치 활동 과정에서 IOC 등에 제시하였던 ‘동계스포츠 확산 프로그램’의 약속 이행 문제이다. 전 세계 꿈나무 육성을 위한 ‘드림 프로그램’이라든지 국내에 유치한 국제대회의 성공적 개최가 주된 약속이지만 그 밖에도 적지 않은 제안을 꼼꼼히 살피고 정리하여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코 용이하지 않은 부분이다.

셋째, 과거보다 기술적으로 더 향상된 평창의 모습을 강조하고 따라서 동계올림픽 개최에 적당하다는 것을 IOC 위원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인식시켜야 한다. 하계올림픽과는 달리 동계올림픽은 눈과 얼음의 질에 따라 성적이 영향 받는 예민한 스포츠 경기 대회이기 때문에 유럽과 북미 선수들은 경험해 보지 않은 곳의 눈과 얼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계획 중인 각종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평창의 눈과 얼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IOC가 7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을 마감한 결과 평창은 잘츠부르크,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러시아의 소치, 그루지야의 보르조미, 불가리아의 소피아, 스페인의 하카 등 6개 도시와 경쟁하게 됐다. 개최지는 2007년 7월 과테말라 IOC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하지만 내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토리노 동계올림픽은 유치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평창의 꿈’은 이루어져야 한다. 동계 스포츠의 세계화를 위해서 그렇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그렇고, 스포츠와 관광산업을 통한 우리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올해 3월 말 발족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약점으로 꼽힌 경기장 시설과 교통망 확충을 위해 뛰고 있다. 유치위가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IOC 위원들의 활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적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고 정부, 강원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유치위 등이 상호 조율되고 체계적인 유치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스키’의 신(神) 울레르와 스카디가 평창에 강림하기를.

송영오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전 주이탈리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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