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년 예산案 ‘거품’ 국회가 걷어내야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1분


정부는 어제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미래의 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일자리 확충과 중산층 확대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육아 지원, 고용서비스 개선 등 9개 사업에 올해 1조8000억 원보다 1조 원 늘어난 2조8000억 원을 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성장보다는 복지가 훨씬 강조돼 내년에도 미래를 갉아먹고 살게 됐다. 연구개발(R&D) 지원은 7조8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 증액되는 데 그쳤다. 산업 및 중소기업 지원 예산도 5000억 원 늘어날 뿐이다. 반면 복지 분야에는 올해보다 5조4000억 원 늘어난 54조7000억 원이 투입된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환율 요인을 뺀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째 1만 달러 선에 머물러 있는 우리에겐 배부른 소리다. ‘선진국에 비하면 복지예산이 여전히 적다’고 둘러댈 일이 아니다. 게다가 경제활력이 떨어져 국민 살림이 어려워지고 일자리도 늘지 않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부 금융 부자들까지 극빈층 지원금을 받는 등 복지예산이 잘못 운용된 사례도 많다. 돈을 효율적으로 쓸 능력이 모자라는 정부가 복지예산을 얼마나 낭비할지 걱정스럽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상당 부분 대체할 민자(民資) 유치가 정부 기대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실패 사례가 너무나 많다. 정권 지지층 관리를 위한 ‘코드’예산이나 선심·낭비성 대형 국책사업 추진비, 대북(對北) 퍼주기 예산 등은 또 얼마나 늘었을까. 헤픈 씀씀이와 국채 발행 등으로 국가채무는 내년 말 280조 원 규모로 불어나 사상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정부 예산안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거두기보다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낫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무색하게 한다. 정부가 외면한 나라 살림의 군살 빼기는 이제 국회가 맡게 됐다. 국회는 비효율, 퍼주기, 나눠 먹기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 국민의 세금고통을 덜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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