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제 국정’ 弘報만으론 우등상 못 탄다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노무현 정부가 전방위 국정 홍보에 나서고 있다. 가히 ‘전쟁’이라고 할 정도다. 청와대는 중앙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을 ‘중요 정책 고객’으로 선정해 관리하고, 중앙 부처들은 ‘정책 고객’(정책 홍보 대상자)으로 분류한 국민 1250만 명에게 e메일로 홍보를 하며 이 가운데 670만 명은 상시(常時)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노 정부는 줄곧 국정 실패의 원인을 홍보 부족이나 언론 탓으로 돌려 왔다. 국정이 잘 돌아가는데도 정부의 홍보가 미흡한 데다 ‘비판 신문’의 왜곡 보도가 겹치는 바람에 국민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맴돈다는 식이다. 많은 국민의 실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런 피해 의식은 홍보강박증과 언론 압박, 여론 통제의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국정홍보처는 김창호 처장 개인 이름으로 엮은 대통령 어록(語錄) ‘노무현 따라잡기’를 자체 예산으로 대량 구입해 배포했다. 재정경제부와 국정홍보처는 왜곡과 과장투성이인 ‘8·31 부동산 종합대책’ 홍보 책자 2만 부를 찍어 여론 주도층에 돌렸다.

이에 앞서 국정홍보처는 정부 정책을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하는 언론 매체에는 특별회견도, 기고도, 협찬도 하지 말라고 각 부처에 통보했다.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정부가 제기한 언론 중재 신청 건수는 김대중 정권 때 같은 기간의 13배가 넘었다. 몇몇 학자와 전문가, 관료들은 정책을 비판하려다 ‘입막음’을 당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렇듯 일방적이고 자의적(恣意的)인 국정홍보 자세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며칠 전 “지금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또한 정부가 ‘선제(先制) 홍보’를 못한 탓인가. 이제는 정말 네 탓보다 내 탓을 하면서 국정의 기조를 바로잡을 때다. ‘홍보 전쟁’만으로 ‘낙제 국정’이 우등상을 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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