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용역 수주·발주를 한사람이…” 네티즌 맹비난

  • 입력 2005년 9월 14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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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前정책위원장자료사진 동아일보
이정우 前정책위원장
자료사진 동아일보
“청와대 예산으로 자신이 발주하고 수주하고, 분배가 아니라 아예 독점을 했네.”

이정우(李廷雨·사진)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재직 시절 청와대 예산으로 자신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직접 수주한 일이 있다는 신동아 10월호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신동아는 이 전 위원장이 2004년 2월 정책기획위원장 재직시절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협의 모형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정과제위원회 명의로 발주한 후, 수의 계약을 통해 자신을 대표로 하고 이종오(전 정책기획위원장) 계명대 교수 등과 함께 공동으로 수주했다. 연구 용역비 3000만원은 대통령 비서실 예산으로 충당됐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14일 누리꾼들은 “코드 맞는 사람끼리 국민 혈세를 나눠 먹는 게 개혁이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cacino’는 “어떻게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느냐”며 “세금 모자란다고 옴팡지게 뜯어가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kbhboss’도 “세금이 이래서 부족한가 보다. 공무원 월급은 월급대로 챙기고 부업은 부업대로 챙긴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평소 ‘아마추어는 순수해서 아이디어도 좋다’고 말하더니, 결국 자기가 발주하고 자기가 수주하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냈다”(new2004), “도둑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 논 꼴”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생선 한 마리를 도둑당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나머지 생선 모두 감염돼 썩어버린다.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에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jh4533) 등 비난 글이 봇물을 이뤘다.

한나라당도 14일 논평을 내고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도덕적으로 가장 죄질이 나쁜 ‘혈세도둑’”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김대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이것이 참여정부 개혁의 실체다’는 논평에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며 “이런 양심도 없는 이중인격자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서 국민을 우롱하고 사리사욕을 챙겼으니 국정이 제대로 운영 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 별도의 정부를 구성할 양으로 수 없이 많은 위원회를 만들었다”면서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 이런 식으로 자기사람들 배를 채워 주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청와대 위원회 용역수주 현황을 집중 감사해야 한다”면서 “청와대 소속 각종 위원회에서 자기들이 발주하고 자기들이 수주한 사례를 전부 파헤쳐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정책기획위원장은 분배경제의 전도사로 불리며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주도로 보유세를 강화한 2003년 10·29 부동산대책, 상속세 및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 추진된 바 있다.

▶ 이정우 前위원장, 재직당시 직접 발주한 연구용역 수주까지 물의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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