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수]정책실패, 서민세금으로 메우나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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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 즐겨 마시는 소주의 가격이 오르고 도시의 가구당 난방비도 인상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주름투성이인데, 이것이 무슨 또 우울한 소식이란 말인가. 어디 그뿐이랴. 근로소득자가 사용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낮아져서 연말정산 때 정부에서 돌려받는 환급액도 줄어든다.

재정경제부는 소주와 도시가스에 붙이는 세율을 인상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05년 세제 개편안’을 최근 발표했다.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예상과는 달리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서 나라 살림살이를 꾸려 나갈 돈이 부족하므로 세수를 늘려 이를 메우겠다고 설명했다. 서민과 근로 대중은 가계소득이 줄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씀씀이를 줄여도 돈이 부족한데, 정부는 돈이 없다고 국민의 주머니를 훑어 가며 세금을 저렇게 마구 거두어도 되는 것인가.

세수가 모자라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주장이 과연 설득력을 가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는 세금이 왜 제대로 걷히지 않는가에 대해 대답할 책임이 있다. 애당초 정부가 연간 경제성장률을 5%대로 잡고 무리한 세수 추계를 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2.7%의 성장을 하는 데 그쳤고 올해 말까지 최대 4%성장을 목표로 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후보 당시 약속한 7% 성장은 접어 둔다고 해도 정부가 성장률과 그에 따르는 세수의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아 경제활동이 침체되면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무리하게 계속해서 세금을 거두지 말고 무엇보다도 나라의 살림살이 규모를 줄이고 지출을 억제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정부 지출을 줄이고 국민의 세 부담을 줄여 주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많이 거두어서 많이 쓰고 나누어 주는 방식’에 너무도 익숙해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의 약 70%를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정부마저도 지출을 줄인다면 경제에는 더욱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재정정책의 결과는 어떠한가. 과연 정부의 주장이나 예측대로 경기는 살아나고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며 기업의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는가.

정부는 하반기에 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또 편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정부로서는 사회복지사업 등을 집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액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한다고 하니 이 또한 국민 모두와 다음 세대에까지 재정적 부담을 주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제 우리나라 정부의 빚도 20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외국에 비하면 정부의 부채 규모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거듭되는 추경은 나라와 국민 전체에 큰 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국회는 ‘정부는 예산에 대한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관련 법 규정을 고쳐서 엄격한 요건 아래서만 추경이 가능하도록 추경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정부는 납세자의 돈 1달러도 헤프게 쓸 수 없다”는 이야기로 자신의 두 번째 임기를 여는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국민의 단돈 100원도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세금을 걷고 재정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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