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승규 원장 ‘때리기’는 비겁하다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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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대중 정부 하의 도·감청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김 원장 ‘흔들기’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여권(與圈)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도청 사실을 국정원이 서투르게 발표했다”고 몰고 가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언론사 정치부장 간담회에서 “국정원 발표 내용이 부실한 것 같다.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해버리니까 나도 지금 당황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5일 밝힌 대로 노 대통령 자신이 김대중 정부 때의 도청에 대한 규명을 지시했다면 “나도 지금 당황하고 있다”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김 원장이 도청행위가 있었음을 밝히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바른 선택이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첫 발표를 ‘부실’이라고 나무라지만 2002년에 도청 장비와 기록을 모두 없앤 것이 사실이라면, 처벌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통해 짧은 시간에 진실을 규명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김대중 정부 때의 도청이 부각되자 국정원을 탓하고 있지만 이는 ‘도청 사실을 확인한 이상 덮을 수는 없다’던 노 대통령의 8일 발언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김영삼 정부 때의 도청은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나중에 드러난 김대중 정권하의 도청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내외부의 반발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는 김 원장을 흔드는 것은 속셈을 의심받을 만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정원의 진실 규명과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김 원장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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