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삼순이 만세!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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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나온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주인공은 영화사(史)에 남을 여성상(像)으로 꼽힌다. 서른 넘은 나이, 예쁘달 수 없는 외모, 129파운드(58.1kg)의 몸매까지! 남자 없다고 툴툴대지 말자고 되뇌면서도 도무지 통제가 안 되는 사랑과 몸무게 때문에 고민하는 브리짓은 전 세계 ‘평범녀’들의 우상이었다. 영국에선 30대 싱글 직장 여성의 소비 패턴, 잘 가는 바와 헬스클럽을 소개하며 ‘브리짓 존스 경제’가 뜬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브리짓 부럽지 않은 여성상이 떴다. 젊지도,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MBC TV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걸 알았다면서도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하며 눈물 흘리고, 돈 많은 삼식이에게 “부모 잘 만나서 호강하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났어?” 소리치는가 하면, “너무 오래 굶었어…”하며 성적 욕망도 드러낸다. 신데렐라도, 캔디도, 그 둘을 합친 ‘캔디렐라’도 아니다. 일상에 발을 딛고 서서는 가끔 꿈과 환상에서 위안을 찾고, 더러는 행운을 만나기도 하는 ‘순대렐라’ 같다.

▷김선아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삼순이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거다. 7kg쯤 몸무게를 늘렸다는 김선아는 예쁜 척하지 않는, 젊은 여배우에게선 보기 드문 실감 연기로 찬탄을 자아냈다. 삼순이 케이크가 불티나고, 패러디 광고가 나오고, 홈쇼핑에서 ‘삼순이가 살 만한 상품’이 잘 팔리는 ‘삼순이 효과’도 김선아의 열연과 무관치 않을 듯하다.

▷21일 어떻게 종영될지는 비밀이라고 한다. 삼식이와 해피엔딩이 안 되더라도 삼순이는 나름대로 잘살 게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파티시에(제과기술자)가 되겠다는 포부와 실력을 갖춰서다. 연애 끝이나 실직 때도 꼭두새벽 케이크를 구우며 스스로 치유했던 삼순이가 시시하게 살 리 없다. 삼식이 표현대로 ‘자기 손으로 성실하게 일해서 그 돈으로 꿈을 키우는’ 이 땅의 삼순이들 만세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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