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재미와 감동 넘친 올스타전

  • 입력 2005년 7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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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100주년을 맞아 주말 이틀에 걸쳐 치러진 올스타 이벤트는 프로야구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에 느꼈던 감흥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올해 올스타의 화두는 신구조화. 코드 나누기가 만연한 요즘 세태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약방의 감초처럼 마구 끼어드는 정수근의 장난기는 여전했다. 박재홍이 홈런 레이스에서 배팅볼 투수 김승리의 공에 옆구리를 맞자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스프레이를 들고 뛰어가 관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왕별로 뽑힌 신세대 이대호는 “전날 싸운 여자친구가 야구장에 오지 않아 섭섭하다”고 당차게 말한 뒤 “누가 미스터 올스타가 돼든 (박)기혁이 형과 상금 1000만 원을 나누기로 했는데 막상 내가 되니 딴마음이 생긴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타자 스피드 왕 선발대회에서 시속 152km를 찍은 정성훈은 “공이 손끝에서 빠졌는데 기계의 오작동 덕분일 것”이라고 고백했다.

젊은 선수들이 톡톡 튀는 언행으로 눈길을 모은 반면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 이들도 있었다.

올스타 시구의 주인공은 ‘삼순이’도 ‘금순이’도 아닌 암 투병 중인 박현식 전 삼미 초대 감독이었다. 당초 KBO는 시구자로 인기 절정의 여자 탤런트를 섭외했지만 막판 방향을 틀었다. 거동조차 불편한 초로의 신사가 마지막 한줌의 힘까지 모아 공을 던질 때의 감격이란….

‘연습생 신화’의 장종훈은 첫 특별 초청선수로 타석에 섰고 고교 코치를 지내다 복귀한 이색 경력의 지연규는 눈물의 첫 올스타 무대를 밟았다. 선동렬 감독은 올드스타전에서 시속 138km의 강속구를 뽐내며 1이닝을 탈삼진 3개로 막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가 멀지 않았음을 느낀 주말이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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