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北축구대표팀 이끌었던 문기남 울산대 감독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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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울고 웃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평양에 살 때부터 송대관의 노래 ‘네박자’를 가장 좋아해 왔다는 문기남 감독. 가사가 너무 가슴에 와닿는단다. 사진 제공 울산현대축구단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울고 웃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평양에 살 때부터 송대관의 노래 ‘네박자’를 가장 좋아해 왔다는 문기남 감독. 가사가 너무 가슴에 와닿는단다. 사진 제공 울산현대축구단
축구공 앞엔 남도 북도 없다. 문기남(57) 울산대 축구부 감독. 그는 여전히 축구에 파묻혀 살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월 30일 부인, 자녀(2남 2녀)와 함께 북한을 떠나 서울에 왔다. 그리고 올해 2월 울산대 사령탑을 맡았다. 불볕더위가 푹푹 찌던 14일, 울산대에서 그를 만났다.

“축구야 어디 가든 똑같지요. 요즘은 선수들에게 ‘연락하라우, 연락’하다가 곧바로 ‘패스, 패스’하지요. 거꾸로 ‘슈팅’이라고 하다가 ‘차 넣기’라고 하기도 하고…. 심한 경상도 사투리는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습니다. 허허.”

문 감독은 1969년부터 1976년까지 북한대표팀 센터포드로 활약한 스타 출신. 키(173cm)는 크지 않지만 100m를 11초 7에 달리는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헤집었다. 1991년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남북단일팀 북한 측 코치로 참가해 8강을 이끌었고 2000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북한대표팀에서 물러났다.

“박지성은 보면 볼수록 참 대단해요. 몸이 부드러워 역동작에서도 기가 막히게 공을 동료 발 앞에 찔러줍니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예측력도 뛰어나고요. 현역 땐 펠레를 좋아했는데 이젠 박지성이 가장 맘에 듭니다.”

요즘 문 감독은 틈 날 때마다 책읽기를 즐긴다. 이광수, 김유정,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명작을 읽는다.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최근엔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박경리의 ‘토지’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문 감독은 기러기 가족. 부인 이창실(55) 씨와 자녀들은 서울에서 산다. 문 감독이 가끔 서울에 올라가 가족들을 만난다. 일요일엔 아내와 함께 교회에 나가기도 한다.

“아내가 종종 ‘대한민국에선 남자가 여자한테 꼼짝 못한다’며 북에서 안하던 지청구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난 ‘북에서 내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느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지요. 하지만 난 사실 공만 찼지 가족들한테 해 준 게 없습니다. 할 말 없지요.”

문 감독은 북한축구대표 팀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단다. 지난번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보니 경기 운영도 미숙하고 후반에 체력도 떨어진다는 것. 유소년 선수들을 잘 키워야 하는데 경제 여건상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남북이 나란히 내년 독일 월드컵에 나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울산=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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