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유홍림]원시림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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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의 영혼을 ‘광활한 원시림(原始林)’에 비유했다. 많은 학자들은 이 미지(未知)의 위험한 사냥터에서 산과 계곡을 헤매며 추적과 탐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혼을 학문의 형태로 탐구하기 시작한 그리스 시대로부터 2000년 이상 지난 뒤 니체는 말한다. “식자(識者)라 자부하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모른다.”

▷‘마음의 학문’인 심리학이 영혼에서 의식으로, 나아가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탐구 대상을 바꾸어 과학의 위상을 확립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심리학은 철학적 사변(思辨)이 아닌 자연과학적 방법을 채택하면서 빠른 발전을 거듭했다. 실험심리학이 출현한 이래 행동, 인지, 생리, 동물, 발달, 인격, 사회심리학 등이 기초부문을 이루고 응용부문은 산업, 환경, 교육, 임상, 병리, 범죄심리학 등으로 계속 분화되고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만큼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의 갈래도 다양하다.

▷관찰과 실험의 범위를 넘어 존재하는 ‘마음’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신경세포 한 개의 정밀한 특성이 밝혀져도 정신병리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까. 그러나 심리학의 발달과 함께 ‘원시림’은 다소 ‘인공림’의 모습을 띤다. 특히 심리검사에 의해 지능과 인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그려지고, 상담과 심리요법의 개발로 특별관심 대상자를 관리하는 기법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상식’을 넘어선 일탈(逸脫)범죄는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 인성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 보강과 상담 및 심리검사의 확대 방안이 논의되지만 그것은 문제 예방의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부적응자의 수적 증가는 전반적인 사회 환경의 문제다. 무분별한 상업주의와 물질주의, 사회적 소외와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은 내면세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원시림’ 속의 위험을 극대화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온전하고 건강한 내면세계의 질서 문제에 너무 무관심했다.

유홍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정치학 hongl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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