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시험대에 오른 김종빈 검찰총장

  • 입력 2005년 5월 1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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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시험대에 올랐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경찰의 수사권 조정 요구, 정부 여당의 공직부패수사처 신설 추진…. 김 총장의 취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검찰 밖의 상황이 숨 가쁘다.

게다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은 검찰의 희망과는 반대쪽인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조정이 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나서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고 공수처 신설은 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던 2일의 전국 검사장 회의를 김 총장이 지난달 28일 갑자기 연기하자 일선 검사들은 “총장이 청와대의 뜻에 밀린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보였다.

검사장 회의가 갑자기 연기된 것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많다는 얘기가 알려지자 김 총장은 “총장이 (사개추위의 움직임에 대해) 그 정도 얘기했으면 됐지”라고 했다. 그는 또 “정부가 하는 일에 검찰이 너무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도 했다.

김 총장의 말이 알려지자 검사들은 “총장이 대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 “자리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며 더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최근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 온건하게 대처하자니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고, 조직을 대변하려니 대통령과 긴장관계가 형성된다. 진퇴양난이다.

김 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검찰총장이란 자리는 임명 소식을 들은 날만 좋더라’는 전임 송광수(宋光洙) 총장의 말에 100% 공감한다” “흰머리가 거의 없었는데 취임 한달 사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만큼 생겼다”고 말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어려웠다고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총체적 위기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중견 간부는 “이 고비를 잘 헤쳐 나가면 전임 총장처럼 안에서는 위기 대처능력이 높은 총장으로, 밖에서는 소신이 강한 총장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의 관심이 김 총장에게 집중돼 있다.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수진 사회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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