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아일보가 신문법을 憲訴한 이유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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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그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의 판단을 구한 부분은 신문법 10개 조항(시장지배적 사업자, 겸영 금지, 자료의 신고, 신문발전위원회 등)과 언론중재법 5개 조항(언론의 사회적 책임, 인격권 보장, 시정권고 등)이다.

우리는 이들 조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이자 헌법의 기초인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경제적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한다. 또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과잉 금지의 원칙’, 즉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해야 하는데도 이들 법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본다.

이들 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상의 자유로운 시장’을 위축시킴으로써 끝내 자유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을 그 피해자로 만들 위험성이 높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는데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수는 없다. 국민이 ‘알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에서는 대의(代議)민주주의건, 참여민주주의건 꽃이 피기는커녕 시들어만 갈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기어이 이들 법을 만들었다. 한나라당도 결국 동조했다. 민주주의를 지켜 내겠다는 의지를 버리고 정략적 타협을 택한 결과로 우리는 간주한다. 결국 본보는 헌법소원이라는 합법적인 이의 제기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공권력 남용 방지와 기본권 보호의 마지막 보루인 헌재를 통해 법의 위헌성을 확인받기 위함이며, 재판관들 앞에서 우리의 주장을 당당하게 밝힐 기회를 갖기 위함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중요한 소명(召命)으로 여기는 우리는 이번 헌법소원을 책임 있는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믿는다. 세계 언론단체 등이 이미 독소를 지적하고 우려했듯이 이들 법은 한국이 부끄러워해야 할 악법이라는 게 우리의 확신이다. 그럼에도 침묵한다면 권력에 빌붙는 비굴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권력에 순치(馴致)된 언론은 존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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