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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호택]니트 族

입력 2005-03-23 18:43업데이트 2009-10-09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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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한 유럽 국가들이 ‘니트족(族)’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 ‘Neet’는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무업자(無業者)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실업자는 일할 의지가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인 데 비해 무업자는 일할 의욕이 없는 사람이다. 일본에는 직업이 없고,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15∼34세의 젊은이가 85만 명에 이른다.

▷일본인 젊은이 3명 당 1명이 ‘프리터(freeter)’라고 한다. ‘free arbeiter’의 준말이다. 부모와 함께 살다가 용돈이 떨어지면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만둔다. 아예 임시 일자리조차 가지려고 하지 않는 니트족은 프리터보다 더 악성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도 일부 원인이 있지만 젊은이들의 심리 변화와 더 깊게 관련돼 있다. 나라 전체가 가난하던 시절에는 먹고살기 위해 무언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니트는 일종의 풍요병이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현상을 ‘은수저증후군(silver spoon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부잣집에서 은(銀)식기를 쓰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세상 일이 시시해 보이고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나이 서른을 넘겨서까지 부모 신세를 진다. 권태, 재정적 무책임, 중독(술 마약 섹스 도박), 자기중심적 생활 태도, 인간관계의 실패가 이 증후군의 특징이다. 목적과 동기를 잃고 험난한 세상에서 표류하는 인생이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올해 2월 기준 8.6%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자포자기한 청년 백수와 대졸 실업자가 넘쳐 난다. 중소기업의 사원 모집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우리 젊은이들은 일하고 싶은 의욕으로 충만해 있다. 구미와 일본처럼 개인에게 책임이 귀속되는 니트족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 제공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구조와 정책에 더 큰 책임이 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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