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96년 나폴레옹-조세핀 결혼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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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에서 깨어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소. 지난밤 도취의 열락만이 나의 감각 속에 맴돌고 있소. 정다운 이여,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당신, 도대체 내 마음에 어떤 신비한 효력을 불어넣은 거요?”

어떤 시인이 이보다 더 뜨거운 정념의 표현을 편지로 남길 수 있을까. 1795년 12월, 청년 장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파리 사교계의 꽃인 조세핀에게 이 같은 편지를 보냈다. 3개월 만인 1796년 3월 9일, 두 사람은 결혼했다. 나폴레옹은 27세의 총각이었으나 조세핀은 33세로 두 아이를 둔 과부였다.

사랑의 감정만은 진정했을지언정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접근한 배경에는 정략이 숨어 있었다. 배경이 없는 코르시카 출신의 청년 장교로서 그에게는 정관계의 후원자들이 필요했다.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조세핀은 좋은 보호막이 되어줄 터였다. 야심만만한 장교의 구혼을 받은 조세핀은 망설였다. 나폴레옹이 ‘너무 조용하고 여성들을 서투르게 대하는, 약간 이상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결혼 직후부터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고단한 출정길에 올랐다. 남편이 집에 없는 동안 조세핀이 다른 남자와 ‘사건’을 벌이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남편의 추궁에 그녀는 “의심한다면 이혼해요”라며 매섭게 저항했다. 나폴레옹 역시 부하의 아내인 폴린과 은밀한 관계를 즐겼다.

파국 직전까지 가는 듯하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뜨거운 열정의 말을 늘어놓던 이들의 기묘한 결혼생활은 두 사람이 1804년 각각 황제와 황후가 된 뒤 평온을 찾는 듯했다. 5년 만인 1809년 파국이 다가왔다. “우리 사이에는 소생이 없고 당신이 황태자를 갖기에는 늦었소.” 저녁 식사 자리에서 황제의 말을 들은 황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졌다. 잠시 후 비서는 황후의 방에서 “안돼, 견딜 수 없어!”라는 찢어지는 외침을 들었다. 새 황후는 오스트리아 황녀 마리 루이즈로 정해졌다.

5년 뒤인 1814년 봄, 나폴레옹은 프랑스로 밀려들어온 연합군에 대패해 엘바 섬으로 압송됐다. 5월, 조세핀은 감기에 걸려 손쓸 새도 없이 눈을 감았다. 엘바 섬에 있던 나폴레옹은 이틀 동안 방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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