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KBS의 방송법개정 반발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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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거는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17일 입법 예고되자 KBS는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부터 노조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으로 방송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법 개정안의 골자는 △예산 편성 시 정부 투자기관 예산 편성 지침을 따르고(프로그램 제작비 예외) △국회의 결산 승인 전에 감사원의 결산 검사를 받으며 △이익 잉여금을 국고에 납입하는 등의 내용이다.

방송위원회가 이 같은 개정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 보고서가 있다.

당시 감사원은 KBS에 대한 운영 실태 특감 결과를 발표하면서 “KBS가 외부 감독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사장이 이사회의 견제도 받지 않고 전권을 행사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 왔다”며 방송위에 방송법 개정을 권고했다.

KBS가 이에 반발하며 내세우는 명분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다. KBS는 11일 방송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주장했다. 이사회도 결산 승인 전 감사원의 감사 등 일부 조항이 KBS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해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KBS 노조는 ‘방송악법 박살내자’는 거친 구호를 내세우며 장외 투쟁 중이다.

KBS의 이 같은 반발은 “방만 경영을 개선하라”는 입법 취지를 “표현의 자유를 억압 말라”는 엉뚱한 논리로 상황을 호도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감시를 받지 않는 권력이 부패한다는 경험칙은 공영방송의 모델로 평가받아 온 일본 NHK도 비켜 가지 못했다. 직원들의 자금 횡령 사건, 프로그램 공정성 논란 등 NHK를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사태는 감시 기능의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 논란에 시달리는 KBS도 다를 것이 없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있다면 일본의 시청자들은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여 NHK 개혁의 움직임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신료 강제 징수제라는 든든한 ‘백’을 믿는 KBS는 시청자들을 의식하기는커녕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하고 있다. 두려울 것이 없는 KBS다.

이진영 문화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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