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장애인은 보험도 들 수 없다니…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8분


코멘트
“아들이 온갖 차별을 극복하고 좋은 직장을 갖게 돼 얼마나 기뻐했는데…. 이번 사고가 장애인 고용을 더 위축시킬까 봐 걱정입니다.”

8일 새벽 경북 칠곡군 장갑 전문 제조회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정신지체장애인 이모 씨(26)의 어머니는 10일 아들이 생전에 상해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을 듣고 아들이 느꼈을 서러움을 생각하며 북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214명 가운데 장애인이 38%인 8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장애인을 고용해 주는 업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이나 강원 강릉시 등 외지에서 찾아왔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진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이 1%에 불과한 데 비하면 이 회사는 ‘장애인 천국’이라고 할 만큼 장애인 고용 모범업체이다. 그래서 이번 참사는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더구나 숨진 4명은 모두 정신지체장애인으로 상해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어 보상 문제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산업용 특수장갑을 프랑스 등 9개국에 수출해 5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을 정도로 건실한 이 회사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정신지체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상해보험을 들어 주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입이 불가능했다.

현재 일반 장애인을 위한 보험 상품은 수입이 안정된 사무직 장애인 가운데 극히 일부만 가입할 수 있고 대부분의 장애인 근로자들은 사실상 보험 가입의 길이 막혀 있다.

보험회사 측은 “정신지체장애인 중에는 비장애인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있겠지만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보험 가입 신청을 받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작업 현장에서 대부분의 정신지체장애인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근로자라는 게 동료들과 회사 측의 얘기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것을 놓고 시비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입만 열면 장애인 고용 확대를 외치는 우리 사회에 실제론 이처럼 장애인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널려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