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Politics]이용희 행자위원장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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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걸음이 잰걸음’이라는 말이 국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현역의원 중 최고령으로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용희(李龍熙·73)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가 연일 볼썽사나운 추태를 연출하는 와중에서 쟁점법안인 과거사 및 일제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법안을 다루는 행자위만 소리없이 진척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민족행위법안은 사실상 여야 합의로 행자위를 통과한 뒤 29일 본회의에서 의결됐고, 과거사 법안도 여야 합의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순항에는 이 위원장의 유연한 상임위 운영 솜씨가 큰 몫을 했다는 데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반민족행위법안은 행자위 상정 및 토론 과정에서 여야가 쟁점 조항을 놓고 대립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위원장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대화’와 ‘타협’을 주문해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법안의 직권 상정과 표결 강행 요구를 번번이 물리치는 이 위원장을 향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도대체 어느 당 소속이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계속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경청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이 “연로한 위원장 낯을 봐서라도 타협해야겠다”는 말이 나왔고, 10여 차례 소위원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댄 끝에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과거사법안도 28일 열린우리당이 행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단독 통과시키는 바람에 전체회의에서 한때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충돌을 빚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막판까지 대화를 종용한 끝에 결국 29일 소위원회를 다시 열어 합의안을 만들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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