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허망한 패배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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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중앙에 대(大)세력 작전을 펼쳐 ‘우주류(宇宙流)’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은 “‘우주류’를 ‘자연류(自然流)’로 바꿔 달라”며 “중앙 경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중앙 세력 작전은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해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

유창혁 9단은 애초부터 중앙 작전을 시도한 게 아니다. 우하귀에서 245의 곳을 두지 않은 흑 27의 실수 때문에 불가피하게 31, 33의 세력 작전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창호 9단은 백 40의 삭감과 백 44의 호수(好手)로 백 52를 차지해 우세를 확보했다.

56의 곳으로 가지 않은 흑 53이 또 한번의 실착. 이때 우변과 하변에 미련을 두지 말고 상변을 키웠다면 희망이 있었다. 백은 58의 잽을 날리고 반상 최대인 62를 차지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은 듯했다.

하지만 이 9단도 방심한 탓인지 큰 위기를 맞는다. 백 76은 살아있는 돌에 가일수한 셈. 흑 77의 좌상귀 침입이 날카로웠다. 흑은 백의 응수에 따라 패를 내거나 귀에서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흑 79의 후퇴가 유 9단답지 않은 어이없는 완착. 흑 81로 후수를 잡아서는 역전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175…80, 199…192, 202…137, 238 251…74, 239…237, 250…63. 소비시간 백 3시간 56분, 흑 2시간 24분. 251수 끝, 백 6집반승.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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