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01년 질레트 면도기 발명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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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의 얼굴에서 하루 평균 0.5mm씩 자라는 수염. 석기시대 이후 수염 관리는 남성의 영원한 숙제였다.

19세기까지 대다수 남성들은 수염을 길렀다. 그러나 20세기 남성의 얼굴에서 수염은 사라졌다. 남성의 얼굴을 바꿔 놓은 일등 공신은 20세기 초 면도기를 발명한 미국인 킹 캠프 질레트(1855∼1932)였다.

그의 직업은 세일즈맨.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이 생명이었다.

“날만 바꿀 수 없을까.”

1895년 무뎌진 면도칼로 수염을 깎던 질레트는 중얼거렸다. 당시만 해도 남성들은 과도처럼 생긴 일자형 면도칼로 수염을 깎았다. 날을 세우기 위해 자주 갈아줘야 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목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평소 발명에 관심이 많던 질레트는 면도날을 갈아 끼울 수 있는 면도기 개발에 몰두했다. 6년간 매달린 끝에 1901년 12월 2일 양날형 안전면도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면도기 본체를 상하단으로 분리시켜 그 사이에 면도날을 끼워 넣는 방식이었다. 판매는 폭발적이었다. 시장에 선보인 지 2년 만에 질레트는 9만개의 면도기와 1240만개의 면도날을 팔아치웠다.

질레트는 면도기를 원가 이하로 팔거나 공짜로 나눠주는 전략을 택했다. 그래야만 소모용품인 면도날을 많이 팔 수 있었다. 질레트 면도기를 세계적인 파워 브랜드 반열에 올라서게 한 ‘면도기-면도날 결합 비즈니스 모델’은 이후 소비재업계의 대표적인 판매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질레트 면도기는 20세기에 등장한 ‘분리-조립’적 사고의 결정체였다. 언제든 새로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 사회의 등장이었다. 질레트 면도기는 비슷한 시기에 포드사가 내놓은 ‘T형 자동차’와 함께 부품조립 대량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승승장구하던 질레트 면도기는 1970년대 ‘강적’을 만났다. ‘일회용 면도기’의 출현이었다. 일회용 면도기는 질레트 면도기가 내건 ‘편리함’의 개념을 극대화한 제품이었다. 질레트사도 부랴부랴 일회용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쉽고 편해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분리-조립’에서 ‘일회용’ 시대까지 진화한 인류가 이번엔 다시 어떤 제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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