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IPI 우려’ 흘려듣지 말아야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21분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이 다시 국제적인 주시(注視) 대상에 올랐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여당의 신문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자유를 탄압한다는 이유로 이 단체에 의해 언론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됐다가 올해 5월 논란 끝에 제외된 바 있다. 특정신문을 겨냥한 여당의 신문법안으로 또 한번 세계적 망신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IPI는 여당법안이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신문법의 독소조항은 외국의 눈에도 똑같이 비치고 있는 것이다. IPI는 신문사 내에 편집위원회를 두는 조항, 신문사의 재무사항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 상위 3개 신문사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조항 등을 문제 삼았다.

그도 그럴 것이 편집위원회를 법제화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경영자료 보고는 공기업이나 재단법인에 해당될 일이지 신문사에 요구할 사항은 아니다. 시장점유율 제한도 독자의 자연증가를 막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이다. 신문발전기금에 대해 IPI는 과거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수행하던 언론탄압 정책을 연상시킨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당의 신문법을 명백한 ‘악법(惡法)’으로 규정한 셈이다.

공공성이 요구되는 방송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도 신문은 탈(脫)규제로 가는 게 세계적 추세다.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주요 신문을 옥죄려 드는 한국의 언론 상황이 외국의 눈에 언론탄압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정부가 이미 심각하게 국제기준의 언론자유를 위협했다’는 IPI의 지적을 여당은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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