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憲裁 매도가 憲政 질서 유린이다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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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여당 의원들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와 재판관을 또다시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어제 국회 대(對)정부 질문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결정을 한 헌재에 대한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질의에서는 빠졌지만 미리 배포된 원고에서는 재판관 7명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헌재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놓는 비극적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헌재 결정은 그 자체가 정치적 사회적 논란의 매듭이지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일 수 없다. 헌재의 존재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의원이 헌법정신을 부인하는 발언을, 그것도 법치(法治)와 민의(民意)의 상징인 국회에서 서슴없이 하다니 개탄스럽다.

여권은 지난달 21일 헌재가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부터 이에 반발해 왔다. 오만방자한 결정을 내렸다며 헌재를 성토하고, 헌법재판관의 성향과 임용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수그러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 의사에는 아랑곳도 없이 헌재 공격을 재개(再開)한 것이다.

이는 여권이 아직 헌재 결정에 진정으로 승복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여권의 의사가 진심이라면 당 차원에서 이들 의원의 발언을 적극 제지했어야 마땅하다.

23%선의 당 지지도에서 보듯 지금 열린우리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민심을 존중하면서 국정 안정을 추구해야 할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오히려 분열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의 헌재 헐뜯기와 당 지도부의 방치(放置)는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갈수록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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