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는 여당이 달라져야 한다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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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파행 14일 만에 정상화됐다. 여야 모두 반성하는 심정으로 경제, 민생 관련 법안과 새해 예산안 심의에 전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 정략(政略)도, 소모적인 기 싸움의 구태(舊態)도 다시 보여선 안 된다. 정기국회 회기가 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여당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회가 제 할 일을 못하면 궁극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4대 쟁점 법안도 그렇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위헌 요소까지 있다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강행 처리가 몰고 올 부작용과 파장부터 걱정하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다.

사립학교법만 해도 개방형 이사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학내 기구의 법제화 등을 놓고 위헌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언론관계법은 신문사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을 놓고서도 당과 문화관광부의 해석이 다를 정도로 대표적인 졸속 법안이다. 국보법 폐지·형법 보완안(案)이나 과거사규명법안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고치고 다듬어야 한다. 한나라당도 법안별로 대안을 내놓겠다고 하니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통과시한을 정해 놓고 몰아칠 일이 아니다. 50대 민생 법안에 포함시켜 ‘끼워 넣기’ 식으로 처리하는 것도 당당하지 못하다. 자칫하다가는 다른 경제, 민생 관련 법안들까지도 통과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부영 의장이 지적했듯이 국민의 지지가 높은 민생 관련 법안부터 처리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개혁은 벽돌 쌓듯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당이 ‘개혁 조급증’에 걸려 있는 것처럼 비친다면 할 일을 하고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오죽하면 가톨릭의 원로인 정의채 신부가 “국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여당은 4대 입법에만 매달리고 있다. 민심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이상에 도취돼 독선과 아집, 반민주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겠는가. 정 신부의 고언(苦言)을 아프게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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