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휴대전화 스팸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35분


우편함과 e메일 ‘받은 편지함’에 들어오는 스팸(쓰레기 광고)은 광고전단을 거두어 쓰레기통에 넣거나 마우스를 클릭해 삭제해 버리면 그만이다. 휴대전화는 우편함 팩스 e메일보다 훨씬 사적(私的)인 통신수단이다. 휴대전화 스팸은 사생활을 파고들어와 업무를 방해하고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창을 열어놓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파리, 모기도 들어온다고 하지만 휴대전화를 통해 들어오는 스팸은 그것들보다 더 귀찮을 때가 많다.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한창 일에 열중하다 ‘060’ 번호로 시작하는 음란 폰팅 전화를 받고 황당하고 짜증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자메시지로 들어오는 스팸도 대부분 섹스 스팸이다. 검찰이 신용카드사와 은행에 제공한 휴대전화번호와 신상정보를 불법으로 사들여 음란 폰팅 스팸을 보낸 업자들을 여럿 구속했다고 한다.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음란물도 문제거니와 스팸은 휴대전화 통신망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스팸 때문에 이용자들이 중요한 메시지를 제때 읽지 못하거나 실수로 지워 버리는 일도 종종 생긴다.

▷스팸 때문에 휴대전화 광고 전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디렉트 메일 광고업자들은 휴대전화 광고가 이용자들의 요금 부담을 낮추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텔레비전 시청자와 신문 독자가 광고 때문에 시청료와 구독료 부담이 줄어들 듯이 휴대전화 광고가 그런 기능을 하는 시대가 오리라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개인화 서비스가 어떤 단계까지 발전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몸에 지니는 통신수단이라는 특성 때문에 휴대전화 광고는 이용자의 선택과 동의가 필수 요건이 돼야 한다.

▷미국에서 팩스 스팸 한 건에 50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법이 만들어진 후 팩스에서 쓰레기 광고가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휴대전화 스팸 금지법에 반대하는 디렉트 메일 광고업자들의 로비가 만만찮다. 업자들은 휴대전화 스팸이 팩스 스팸처럼 종이를 소모시키지도 않고 문자메시지의 경우 수신시간이 아주 짧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바쁜 시간에 ‘060’ 전화를 걸어오는 음란 폰팅 업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혼내 줄 필요가 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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