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바둑의 팔자

  • 입력 2004년 11월 1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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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의 바둑에도 ‘팔자’가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마지막까지 반집을 다투는 바둑도 있고 대마 싸움으로 한번에 끝나는 바둑도 있다.

이 바둑은 백이 저지른 단 한번의 실수로 막을 내렸다. 이 바둑에서 유창혁 9단은 순풍에 돛단 듯했지만, 장주주 9단은 도모하는 수마다 꼬였다.

백 44가 장 9단의 팔자가 꼬이는 첫걸음이었다.

참고도처럼 먼저 백 1로 끊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백 5를 선수하고 7(실전 44)을 뒀으면 백이 완생한다. 흑 ‘가’가 절대 선수이기 때문. 이렇게 진행됐으면 백은 아무 부담 없이 이후 행마를 구상할 수 있었다.

흑 45로 뻗자 흑 ‘나’가 절대 선수가 돼 백이 미생마가 됐다. 그러다가 흑 45 때 백 ‘나’로 둬 사는 것은 너무 굴욕적이다.

백은 46으로 반발했지만 흑은 47∼51로 중앙에 세력을 쌓은 뒤 59로 우변에 침입하면서 형세를 장악했다.

이후 유 9단의 마무리 실력이 돋보였다. 흑 69, 71이 적절한 수비였으며 흑 111은 과감한 공격이었다.

유 9단은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며 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백이 136으로 좌변을 지키자, 흑 137로 중앙 백 대마를 위협하는 결정타를 날린 데 이어 백이 142로 옥쇄를 각오하자 흑 145로 백대마의 목숨을 끊었다. 흑의 완승국.

소비시간 백 3시간 15분, 흑 2시간 5분. 14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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