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 김재현 ‘중상’ 딛고 영광 재현

  • 입력 2004년 10월 1일 17시 57분


이를 악물고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김재현. 그는 엉덩이가 썩어가는 병에도 불구하고 인고의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를 악물고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김재현. 그는 엉덩이가 썩어가는 병에도 불구하고 인고의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수술 부위가 재발할 경우 본인이 책임진다.’

지난해 LG 김재현(29)이 구단 요구에 따라 제출한 각서내용이다. 김재현이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만약’을 위해 구단이 들어 놓은 일종의 ‘보험’.

이는 올해도 파기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협의회가 각서의 파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재현은 이를 악물었다. 선수로서 잘 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구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눈앞에 둔 해. 그는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FA 자격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9년을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하고, 매 시즌 경기의 3분의 2를 소화해야 하니까요. 내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1일 현재 김재현의 성적은 119경기에 나가 타율 0.304(369타수 112안타)에 14홈런 62타점. 팀 내에서 타율 2위, 홈런 3위, 타점 2위의 괜찮은 성적이다.

김재현이란 이름 석자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그가 선수 생명까지 위협받았던 상태에서 부상을 딛고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성적이다.

지난해 1월 수술을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서고 있는 김재현. 동아일보 자료사진

엉덩이가 썩어 들어가는 대퇴골두괴사증은 운동선수에겐 치명적인 병. 하지만 김재현은 야구에 대한 정열 하나로 이를 극복해 냈다. ‘올해의 재기상’이 있다면 그의 몫일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족하느냐고요? 아뇨. 시즌 초반에 헤매 2군까지 다녀온 데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못 올라갔잖아요. 내 스스로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에게는 ‘열심히 뛰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요.”

그는 “올 한해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고 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괜찮은데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각서 문제도 있었고 FA도 신경 쓰였죠. 또 내가 잘 뛸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고요.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웠습니다.”

이제 FA자격을 채운 그에게 “어느 팀으로 가고 싶느냐”고 물었다. 김재현은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다”고 했다.

“LG에 남을지 아니면 다른 팀으로 갈지 아직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만하면 데려가기에 괜찮은 놈 아닌가요. 뛰는 것은 자신 있어요.”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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