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미진/코커스패니얼과 비글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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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쿠키는 잉글리시 코커스패니얼 종으로 새를 잡는 사냥개이다. 쿠키는 우리에게 입양된 첫날부터 온갖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당도 없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책이나 가구를 물어뜯는 황당한 사태는 물론이려니와 용변을 가리는 문제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신문지를 펴 놓고 “여기가 네 화장실이야!”라고 골백번 일렀건만 집안 곳곳에 실례를 해 놓는 통에 내 손에서 빨간 고무장갑과 걸레가 떠날 날이 없었다. 그런데 4개월이 지난 지금 베란다에서 용변을 보게 되었으니 그나마 감지덕지할 뿐이다.

▷우리 부부는 가끔 골목 어귀 돼지갈비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식탁이 문 밖에 놓여 있어서 쿠키를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식당에서는 역시 사냥개인 비글을 키우고 있는데 쿠키가 나타나면 한바탕 소란이 난다. 쿠키는 집에서만 극성을 떨고 밖에 나가서는 얌전을 뺐다. 어려서는 시추 같은 작은 강아지를 보고도 벌벌 떨어 “이게 정말 사냥개 맞아”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비글에게 몇 번 공격을 당하더니 이제는 저도 으르렁거리면서 대거리를 하는 품이 제법이다.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안 좋은 건 표현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쿠키와 돼지갈비 집 비글은 같은 개이면서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서로 꼬리를 흔드는 걸 보면 반갑다는 뜻인데 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것일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본능적인 액션일수도 있지만 친해질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닐지. 어쨌거나 주인에 대한 복종심만큼은 둘 다 한결같다.

▷며칠 전 코커스패니얼과 비글이 대통령 경호에 투입된다는 기사를 접하고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바꿀 게 없으니 경호견(犬)까지 바꾼다고 꼬투리를 잡는 사람도 있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탐색 능력도 뛰어나고 생긴 것까지 귀여우니 권위적인 커다란 개들보다 시대적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쿠키는 주인과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지 뒷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묘한 버릇이 있다. 요즘 대통령의 뒷다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는 정적이 많다는데 경호견까지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김미진 객원논설위원·소설가 usedrea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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