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고보조금, 정당 정치인 ‘용돈’인가

  • 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49분


국고보조금과 정치자금을 멋대로 전용한 정당과 정치인의 낯 뜨거운 행태가 또 드러났다. 국가가 정당의 보호 육성을 위해 지급한 보조금을 떼어 내 대학등록금과 세금을 내고 심지어 안마 등의 유흥비로 쓴 당직자와 지구당 관계자가 여럿 적발됐다. 국고보조금은 혈세로 조성된 것이니 돈을 유용한 정당과 정치인들은 국민의 돈을 도둑질했다는 질책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후원자들이 낸 기부금을 차량 구입비, 전세 보증금, 여행 경비로 쓴 전직 국회의원들도 적발됐다. 그중에는 ‘차세대 리더’를 자칭했던 인물도 들어 있다고 한다. 그들의 돈 욕심을 모른 채 요란한 후원행사와 거창한 정치적 포부에 속아 후원금을 낸 지지자들의 속이 탈 노릇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당이 국고와 후원금을 전용했다. 정치권에 만연된 고질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각 정당이 ‘과거와는 다른 정치를 하겠다’, ‘개혁을 하겠다’고 외치지나 않았으면 유권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이토록 크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고보조금 유용 액수의 2배를 앞으로 지급할 보조금에서 감액하기로 하고, 정치자금을 유용한 전직 의원은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제재로 국고보조금과 후원금을 ‘용돈’쯤으로 생각하는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를 고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국고보조금과 후원금을 유용한 정당과 정치인의 명단을 낱낱이 공개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적발 사례를 공개하면서도 정작 위반자 신분은 ‘△△당 ○○○’라는 식으로 덮어주면 위법의 뿌리를 뽑기 어렵다.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고 후원자를 배신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보호하면서 어떻게 정치판을 바로 세운다는 것인가. 정치개혁을 떠들기 전에 못된 관행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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