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그 여자의 질투’…질투는 또다른 사랑의 표현

  • 입력 2004년 7월 23일 17시 19분


◇그 여자의 질투/타냐 뒤커스 외 지음 이용숙 옮김/220쪽 9500원 열대림

◇그 남자의 질투/프리돌린 쉴라이 외 지음 조현천 옮김/293쪽 1만원 열대림

질투는 과연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일까? 여자와 남자의 질투는 어떻게 같고, 또 다를까?

독일 한저 출판사가 ‘질투’를 테마로 기획한 이 두 권의 단편집에는 각각 9명의 젊은 남녀 작가가 쓴 18편의 경쾌한 질투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책의 재미는 내용보다도 여자가 말하는 질투와 남자가 말하는 질투의 차이를 엿보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뜨겁거나 가증스러운 혹은 무시무시한 질투이야기’와 ‘집요하거나 귀여운 혹은 발칙한 질투이야기’라는 부제만으로도 당신은 어느 쪽이 여자(남자)의 질투이야기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는 ‘오셀로 증후군’이라는 정신의학용어까지 낳을 만큼 집요하고 무서운 남자의 질투심을 비극적으로 그렸지만, 이 책만 놓고 본다면 ‘질투의 화신’은 여자다.

18편 중 ‘죽음에 이르는 질투’를 다룬 작품은 남녀 각 2편씩 모두 4편. 그러나 ‘그 여자의 질투’의 죽음은 살인으로 끝을 맺는 반면 ‘그 남자의 질투’는 자살이다(‘그 여자의 질투’의 원제목은 ‘끝장을 보는 사랑’이다).

‘그 여자의 질투’에서 여자들은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 친구를 독살하고(‘벨라도나의 독’), 동성 친구에 집착한 나머지 여자 친구를 독점하기 위해 그 친구의 남자 친구를 강물에 빠뜨려 죽인다(‘교환학생’).

반면 ‘그 남자의 질투’에서 남자들은 여자 친구가 자신의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을 안 뒤 권총 자살하고(‘연날리기’), 연상 유부녀와의 사랑 끝에 자살하기 위해 바다로 걸어 들어간다(‘나는 기억한다’).

‘그 여자의 질투’에 나타난 여자들은 대체로 남자가 나를 대하는 태도 등 두 사람간의 ‘관계’에 집착한다. 심지어 여자는 내 남자의 ‘지금’뿐만 아니라 ‘나 없이도 그가 행복할 수 있었던 과거의 모든 시간’마저도 질투한다(‘담배가 거기 있었다’).

반면 ‘그 남자의 질투’ 속의 남자들은 ‘내 여자 옆의 그 남자’, 즉 라이벌을 끊임없이 의식한다.

‘질투는 약한 자(여자)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듯하다. 소설 속의 남자들은 질투하는 스스로를 비열하게 여기거나 화를 내고, 질투를 하면서도 “나는 나약하지 않다”고 말한다(‘그 남자의 질투’의 원제목은 ‘남자는 고통을 모른다’이다).

남자들이 좀처럼 질투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만큼, 남자들의 질투심리를 알고 싶은 여성 독자들이 더 많을 거라고 판단한 걸까? ‘그 남자의 질투’는 ‘그 여자의 질투’보다 비싸다. 원제: ‘Liebe Bis Auf Blut’, ‘M¨anner Kennen Keinen Schmerz’ (2004년).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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