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올림픽 2780년의 역사’…‘불가능에의 도전’

  • 입력 2004년 7월 16일 17시 18분


(왼쪽)기원전 550년∼기원전540년 고대 아테네에서 만들어진 암포라(몸통이 불룩하고 목이 긴 항아리)의 그림. 2명의 권투 선수가 주먹을 가죽줄로 칭칭 감고 싸우는 장면이다. 제우스 신전의 모형. 원래 신전의 현관 안에는 전설상의 올림픽 경기 창설자인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노역을 묘사하는 패널이 걸려 있었다.사진제공 효형출판
(왼쪽)기원전 550년∼기원전540년 고대 아테네에서 만들어진 암포라(몸통이 불룩하고 목이 긴 항아리)의 그림. 2명의 권투 선수가 주먹을 가죽줄로 칭칭 감고 싸우는 장면이다. 제우스 신전의 모형. 원래 신전의 현관 안에는 전설상의 올림픽 경기 창설자인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노역을 묘사하는 패널이 걸려 있었다.사진제공 효형출판

◇올림픽 2780년의 역사/주디스 스와들링 지음 김병화 옮김/230쪽 1만5000원 효형출판

앞으로 한 달 뒤면 108년(1896년 그리스 아테네 1회 대회) 만에 다시 아테네로 돌아간 제28회 올림픽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는 피에르 쿠베르탱이 창시한 근대 올림픽이다. 올림픽의 기원은 이보다 훨씬 전인 3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중해를 아우르는 초국가 공동체였던 그리스는 기원전 776년∼기원후 395년의 1000여년 동안 국민 통합을 위해 4년마다 올림픽 축제를 벌였다.

그 옛날, 고대의 대리석 주경기장에 모여들었던 선수단과 현대의 선수단은 규모면에서 비교할 수 없겠지만 올해 올림픽이 3000여년 만에 고향 가까운 장소에서 에게해의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열린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낭만적 상상이 솟아난다.

그렇다면, 고대 올림픽과 현대의 올림픽은 얼마나 다르고 같을까. 대영박물관 학예연구관인 저자는 올림픽의 무대였던 그리스 도시국가 엘리스 근교 올림피아평원 유적과 각 지역 박물관 유물들을 꼼꼼히 조사해 125컷의 풍부한 사진과 그림, 쉬운 설명으로 고대 올림픽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올림픽’을 키워드로 한 일종의 대중 고고학 책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로 돌아간 듯한 고고학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현재는 결국 과거에서 비롯되며 과거 역시 지금과 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리하여 새삼 삶과 역사에 대한 ‘관조의 여유’를 가져다준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고대 올림픽은 신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구현한 제례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목숨까지 걸면서 영광을 좇고 치열한 경쟁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현대 올림픽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고대 선수들을 통해 본 ‘몸’ 숭배는 현대의 ‘몸짱’ 열풍을 연상시킨다.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고된 훈련을 했다. 의사들은 식단, 훈련, 상처 치료법을 자세히 기록했으며 체육관에는 교관과 체력단련 전문가는 물론 물리치료사와 식이요법사, 마사지사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훈련 기간 중 성생활까지 자제했다고 한다.

우승자가 받는 대접도 현대 못지않았다. 아니, 2등 3등은 철저히 잊혀진다는 점에서 현대보다 더 승부욕이 강했다. 그들에게는 평생 모자를 공짜로 제공해 주겠다, 이발을 해 주겠다는 등 제안이 넘쳤으며 땅을 받기까지 했다. 아테네시는 1등에게 500드라크마를 지급했는데 이는 당시 최고 소득자의 1년 연봉이었다.

현대 올림픽의 타락과 오염을 개탄하는 소리가 자주 있었지만 고대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만물이 조화롭게, 평화롭게 살아가던 황금시대라는 것은 어쩌면 낭만적 허상일지 모른다. 시대는 광속으로 변하고 역사는 진보한다고 하지만 그 무대의 주인공인 인간은 여전히 선과 악을 가진, 욕망과 이성의 충돌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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