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S, ‘안풍’ 진실 말해야 한다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54분


안기부 예산을 빼돌려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자금으로 썼다는 ‘안풍(安風) 사건’ 항소심에서 관련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000억원이 넘는 문제의 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전면 재수사하고, YS는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한다.

YS는 올 1월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이 돈을 “청와대 집무실에서 YS로부터 받았다”고 했을 때도 “나는 말 안 한다면 안 한다”며 침묵을 지켰다. 4월 재판부에 제출한 증인 불출석 사유서에서도 “재임 중 누구에게 돈을 준 일도, 받은 일도 없다”고 강변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지만 이제는 정말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주화에 기여했던 한 시대의 지도자로서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스스로도 재임 중에는 “역사를 바로 세운다”며 비자금을 은닉한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항소심 판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엉뚱하게 “어젯밤에 잠 잘 잤다”고 했다니 오히려 듣는 국민이 서글플 지경이다.

검찰도 재수사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 기존 공소 사실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상고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비자금을 받아쓴 건 옳으냐는 문제를 떠나 “국고 횡령당” “간첩 잡을 돈을 선거에 쓴 당”이라고 매도당해 온 정당에 백배 사죄라도 할 것인가.

필요하다면 YS를 직접 조사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풍은 여당의 정치공작이었고, 검찰은 그 집행자였다”는 오욕(汚辱)의 기록을 역사에 남기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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