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폭우로 승리날린 정민태 “투구밸런스 되찾아 위안”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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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다.

현대 투수 정민태(35·사진)가 꼭 그런 경우다.

22일 수원 기아전에 선발로 나선 정민태는 3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마침 팀타선도 2점을 내줘 스코어는 2-0. 모처럼 선발승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을 무렵, 느닷없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속하게도 빗발은 점점 굵어졌고…. 정민태가 뻥 뚫린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기아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은 한가롭게 노닥거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결국 경기는 ‘노게임’이 선언됐고 아울러 승리를 눈앞에 뒀던 정민태는 ‘헛품’만 팔은 셈이 됐다.

“지지리 운도 없죠. 감이 괜찮았는데….”

정민태는 23일 현재 겨우 4승(8패). 지난해 선발 21연승 세계기록까지 세웠던 투수지만 올해는 승수 쌓기가 가뭄에 콩나듯 힘들다. 시즌 개막전에서 패하고 3연승한 뒤 한달 반 동안 내리 5연패. 5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은 뒤에 다시 2경기에서 연패를 했다.

올해 14차례 선발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로 6이닝 이상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는 피칭)’는 겨우 5번. 그만큼 부진의 늪을 헤맸고 평균자책은 5.85까지 뛰었다.

하지만 현대 김재박 감독은 그런 정민태를 여전히 믿는다. 2군으로 내려 보내거나 선발로테이션에서 빼는 등의 조치 없이 꾸준히 선발로 기용하며 에이스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정민태는 “감독님이 ‘어떤 일이 있어도 선발에서 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넌 국내 최고 투수’라며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성적이 안 좋아 얼굴을 못들 지경인데 감독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진의 원인도 찾았다. 비디오 분석을 한 결과 투구템포가 지난해보다 반박자 빠르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22일 기아전에선 의식적으로 투구템포를 늦춰가며 던졌다.

정민태는 “예전 투구폼을 다시 찾았고 투구 밸런스도 이젠 정상적”이라고 했다. 모처럼 목소리가 밝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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