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올망졸망 고교대회’ 이대론 안된다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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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고교야구. 그러나 지금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다. 관중석엔 선수 가족과 동원된 학생, 그리고 동문과 야구 마니아만이 드문드문 앉아 있을 정도다.

언론 보도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국규모 중앙대회는 대통령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기의 ‘빅4’가 있지만 이를 주최하는 언론사를 제외하곤 결승전이라도 단신 한줄 나가면 다행이다.

그런데도 웬 대회는 그리도 많은지…. 앞에 열거한 4개 대회 외에 전국체전과 지방의 화랑기, 대붕기, 무등기, 그리고 지난해 창설된 미추홀기 대회까지 9개나 된다.

물론 대회가 많은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안 그래도 몇 명 안 되는 선수로 간신히 꾸려가는 고교 팀이 무리한 출전을 계속하다 보니 갈수록 경기의 질은 낮아지고 어린 선수의 부상 위험만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데 있다. ‘야구 기계’가 양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신인지명이 너무 이른 것도 고교야구를 시들게 한다. 1차 지명은 6월5일, 2차 지명은 30일. 그러다 보니 프로 스카우트들은 4월 대통령배, 6월 초순 청룡기만 보곤 땡이다. 본사가 주최하는 황금사자기는 2차 지명 기간에 열린다. 그러니 꽤나 인내력 있는 스카우트라야 8강전까지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정도.

사정이 이러니 각 고교에선 한 발짝이라도 앞 대회에 나가려고 기를 쓴다. 그리고 뒤에 열리는 대회는 지역의 다른 팀에 물려주는 이른바 ‘나눠먹기’가 성행한다. 실제로 올해 황금사자기에 출전하는 26개 고교 중 직전 청룡기에 나갔던 고교는 불과 4개 팀이다. 국내 고교 팀은 57개. 결국 거의 전 학교가 두 대회에 걸쳐 나눠먹기 출전을 한 셈이다. 물론 대통령배에 이은 청룡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래선 고교야구에 미래가 없다. 감히 제언컨대 먼저 고교대회의 수를 줄여야 한다. 격년제 개최는 훌륭한 아이디어다. 중앙대회가 한해 2개 정도면 언론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남는 시간에 선수들은 책상에 앉아야 한다. 교육부에서 오전엔 무조건 수업을 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면 더욱 좋을 것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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