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의향기]‘모든 책은 헌책이다’ 펴낸 최종규씨

  • 입력 2004년 5월 28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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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6년간 헌책방을 돌아다닌 사람. 전국 100여곳 헌책방의 문 열고 닫는 시간을 꿰고 있는 사람.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헌책방의 풍경을 수천 장의 사진으로 찍은 사람.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의 저자 최종규씨(29·사진)의 헌책방 사랑은 그처럼 질기고 웅숭깊다. 디지털시대에 헌책방이 감춰진 정보창고로서 새롭게 조명되면서 헌책 사랑을 다룬 신간들도 2000년 이후 하나둘 출간됐다. 그러나 헌책이 아닌 ‘헌책방’에 대한 애정에서는 그 어떤 책도 이 책을 따라잡을 수 없지 않을까.

“헌책 마니아들이 펴낸 책에서는 그 책을 구비해 놓은 헌책방에 대한 존경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그 책들이 헌책방 책꽂이에 꽂힐 때까지 고물상과 쓰레기통을 뒤져 버려질 책들을 찾아내서 손질하고 부활시킨 헌책방 주인들의 수고도 알아줘야죠.”

최씨가 헌책방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교 시절 독일어 교사의 성화로 절판된 독일어 교과서를 찾아 나서면서부터. 이때 헌책방에 참고서만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교과서에 소개된 문학작품의 목록을 만든 뒤 헌책방에서 이를 모두 사들여 읽기 시작했다. 헌책방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박상준씨의 ‘헌책방순례기’(1993년)는 그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군 제대 직후인 98년 초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년간 매일 한두 곳 이상의 헌책방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때 마침 출판사에서 우리말 사전 만드는 일을 맡았기 때문에 우리말 표현을 온전히 간직한 자료도 찾았지요. 그때부터 헌책 인터넷동호회 ‘함께 살기’(http://hbooks.cyworld.com)를 만들어 매일 보고서를 올렸죠.”

‘모든 책은…’에 실린 글들은 그가 지금까지 인터넷에 올린 3000여편의 글 중 선별한 것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헌책방 정보, 헌책방 이용 요령, 헌책방 주인과 헌책방을 자주 찾는 유명인사들의 사연까지 헌책방의 훈훈한 체온이 글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한 헌책방 서가에 꽂힌 책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그가 책방마다 수천장씩 찍었던 사진의 일부도 수록됐다.

그는 지금도 매달 30만원어치의 헌책을 산다. 지난해 결혼한 아내도 헌책방에서 만났다.

“책보다는 헌책방이라는 공간이 제게 가르쳐준 게 더 많습니다. 저를 가르쳐주고 이끌어준 헌책방 주인과 그곳을 찾는 많은 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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