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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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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문학상으로는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 꼽힌다. 각각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에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오키상의 문학성도 만만찮다.
지난해 나오키상(129회) 수상자는 카피라이터 출신의 이시다 이라(44)였다. 밝고 경쾌한 문체로 청춘소설과 추리소설을 써왔으며,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후보에 올랐다가 상을 받았다.
수상작인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며 8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연작 단편이다. 제목은 주인공이 네 명의 십대이며, 열네 살이란 데서 따왔다. 키 작고 얼굴의 반은 가리는 검은 테 안경을 쓴 수재 준, 부촌 맨션에 살지만 반백 머리의 조로증 환자 나오토, 가난한 술꾼 아버지와 함께 사는 거구의 다이, 이들과 유쾌하게 어울리는 평범한 중학생 데쓰로가 그들이다.
이들은 제법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거나, 주위의 독특한 열네 살 소년들과 삶의 한때를 공유한다. 그들 곁을 지나는 친구 가운데는 단편 ‘소년, 하늘을 날다’에 나오는 탤런트 지망생 유즈루가 단연 눈에 띈다. 유즈루는 늘 지상에서 5cm쯤 떠있는 듯하다. 교내 방송위원이 돼 엉터리 영어 랩을 마구잡이로 부르거나(급우들은 강제로 들어야 한다), 자기보다 50kg쯤 무거운 다이와 ‘폭식(暴食)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세상의 주목에 목말라 4층 유리창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중력 탈출 모험’도 감행한다.
이 소설집의 맨 앞에 나오는 단편 ‘깜짝 선물’에서는 조로증 환자 나오토가 중심인물이다. 그는 ‘나이란 무엇이며, 청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그 방식은 심각하지 않고 코미디 같다. 그러나 슬며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작가의 특색이다.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입원한 나오토가 생일을 맞자 친구들은 원조교제에 나선 여고생을 ‘생일 선물’로 병실에 ‘밀어 넣어준다’. 나이로 따지면 누가 누구를 원조교제하는 건지 모호한 상황이다. 짓궂은 친구들은 휴대전화를 도청기 삼아 병실에 남겨놓아 둘 사이의 일을 엿듣는데 눈물겨운 상황이 벌어진다.
이 작품이 단순한 청소년 소설이 아닌 첫째 이유는 ‘어른의 해석’이 은연중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섹시한 표현들이 잦다는 것. 가령 ‘도서위원 여학생의 유방을 능가하는’ 식의 묘사가 대수롭지 않게 나온다는 점이다.
작가는 숭고한 것, 진지한 것, 유려한 것을 포기하는 대신 쿨(cool)한 것, 솔직한 것, 의외의 것들을 선택했다. 사실 열네 살 소년들을 등장시켜 극적인 비장미를 만들어 낸다면 그야말로 코미디가 되지 않겠는가.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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