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히말라야 완등… 14좌? 16좌? 23좌?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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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좌인가, 16좌인가, 아니면 23좌인가?’

산악인 엄홍길씨(44)가 히말라야 얄룽캉(8505m) 등정에 성공하고 17일 금의환향했다. 엄씨는 잘 알려진 대로 세계에서 11명뿐인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자 중 한 사람이자 국내 14좌 완등자 3인(박영석 한왕용 포함) 가운데 한 사람. 엄씨가 14좌 완등에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8000m 봉우리에 오른 것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엄씨의 이번 등정을 ‘세계 최초의 15좌 등정’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산악인이 많다. 지금까지 세계 등반사에서 인정받는 기록은 히말라야 각 산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주봉만을 따진 ‘14좌 완등’밖에 없기 때문. 국제 산악계는 히말라야에 14개 주봉 외의 8000m 이상 봉우리 9개(에베레스트 남봉·8763m, 칸첸중가 중앙봉·8482m및 남봉·8476m 등)를 모두 위성봉으로 보고 있다.

엄씨 자신이 여러 번 “얄룽캉과 로체샤르(8400m)가 위성봉이긴 하지만 국제 산악계에서 점차 독립봉으로 인정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듯이 아직 독립봉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이런 이유 때문에 86년 세계 최초로 14좌 완등을 해낸 이탈리아의 세계적 등반가 라인홀드 메스너도 더 이상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9개의 위성봉까지 다 오른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위성봉 하나씩 더 오를 때마다 ‘세계 최초 15좌 완등… 세계 최초 16좌 완등…’식의 표현은 무리가 있다는 게 산악인들의 지적.

엄씨는 올해 또 다른 위성봉 로체샤르에 오를 예정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세계 최초로 16좌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등정도 등정이지만 무엇보다 기록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매듭지어져야 할 것 같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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