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총선공약 비판에 겸허해야

  • 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51분


기획예산처 실무자가 열린우리당 총선공약의 비현실성을 지적한 데 대해 당측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 일각에서는 관련자를 문책하라는 주장까지 폈다. 이처럼 윽박지르듯 하는 여당의 태도 때문에 공직사회가 바짝 엎드려 여당 기류에 따라 정책을 왜곡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 재정(財政) 형편과 국민 부담능력을 무시한 공약 강행으로 경제운용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예산처는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따져 예산을 조정하고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는 부처다. 여당의 선거공약에 대한 타당성 검토는 이 부처가 마땅히 해야 할 임무다. 그런데도 이를 문제 삼는다면 어떤 공무원이 소신껏 일하려 할까.

더구나 예산처의 지적은 여당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만 5세 아동 무상교육 전면실시 공약은 저소득층이 낸 세금으로 고소득층 자녀까지 혜택을 보는 모순이 있다. 또 한방산업단지 조성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과잉 경쟁을 벌이고 있어 오히려 정부가 나서 진정시켜야 할 상황이다.

교육재정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로 높이고 연구개발예산을 전체예산의 8%로 확대하는 공약을 실행하자면 올해 기준으로 약 11조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런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다른 부문에 심한 주름살이 생겨 국가 기능의 균형이 깨지거나 재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해질 소지가 크다.

여당은 재정의 불안한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6년째 계속된 적자살림과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에 대한 상환부담으로 나랏빚이 작년에만 32조원 늘었고 2006년에는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당은 돈 쓸 궁리보다 재정을 튼튼하게 할 근본대책을 추진하는 데 정부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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