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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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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땐 수술장에서 집도의에게서 “이 ○○, 저 ○○” 등의 폭언을 듣기도 했다.
당시엔 정도의 차는 있지만 누구나 다 비슷하게 당했기 때문에 그다지 억울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런 폭언과 폭력이 꼭 필요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의료계의 폭력을 추방하자고 의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최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워크숍이 계기가 됐다. 이 워크숍에선 의사 10명 중 4명이 상급자에게서 폭언을 들었고 또 10명 중 1명은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의료계 내부의 폭력은 이런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선배 의사가 기강을 잡기 위해 후배 의사들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전공의가 병동 간호사를 길들인다며 폭언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엄격하게 교육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이런 폭력과 폭언이 발생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다 보면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고, 결국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마땅히 근절돼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폭력 근절을 위한 자정운동에 나선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의사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거다.
의료계 폭력 추방운동엔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여의사회 등 7개 의료계 단체가 동참을 표시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폭력 문제는 하루 이틀 만에, 또 결의만 한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숨기고 싶은 폭력의 실태를 진솔하게 공개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자정운동이 의료계의 폭력 근절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 추방운동으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진한 의사·사회2부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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