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향기][키워드 서평]‘즐거운 불편’&‘베지테리안…’

  • 입력 2004년 4월 16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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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후쿠오카 겐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367쪽 1만2000원 달팽이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쓰루다 시즈카 지음 손성애 옮김/251쪽 1만1000원 모색

‘바쁘게 돌아가는 삶의 바퀴를 저단 변속(다운시프트)하자’, ‘자연과 가족에게서 생활의 가치를 되찾아 진정으로 잘 살자(웰빙)’는 생각이 시대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다. 오늘날 ‘다운시프트’ ‘웰빙’이 주로 미시적이거나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행복 추구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들 흐름의 배경에는 환경론적 바탕에서 비롯된 숙고가 깔려 있다. 개인을 넘어선 사회 공동체 전체의 ‘저단 변속’과 ‘삶의 질 향상’이 그 진정한 목표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근 번역 소개된 책 두 권은 자원을 거침없이 소진하는 현대문명에 진지한 대안을 묻고 있다. 두 책의 저자는 일본인. 전통 농경사회에서 최첨단 산업사회로 빠르게 개편된 사회에서 느끼는 ‘통증’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두 책이 주는 질문을 우리가 비켜가기는 더욱 힘들 듯하다.
‘즐거운 불편’의 저자는 마이니치신문 지역취재본부 기자. ‘물자나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도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환경친화적인 삶의 방식을 택하고 하나씩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실천기는 신문 르포기사로 장기 연재됐다.

주인공은 티슈 안 쓰기, 전기청소기 안 쓰기, 자전거 출퇴근 등 작은 실천으로 시작해 이윽고 오리를 이용한 유기농법의 논농사에도 성공한다. 처음에는 안락한 삶을 포기하기 싫어하는 가족과 신경전도 벌이지만, 차차 어린 딸들도 ‘농사꾼 오리’와 친해지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그의 가장 열렬한 응원자가 된다. 자전거로 퇴근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될 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거꾸로 가는 삶’에 회의를 갖기도 하지만, “당신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잘못”이라는 부인의 격려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저자는 ‘개인주의를 버려라’는 호소만으로 현재의 소비 위주의 삶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편리함을 향한 인간욕망의 자연스러운 발로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물질 또는 에너지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다른 차원의 향락’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선전할 만하며 그를 통해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는 채식주의가 가진 다양한 사상과 층위의 시각을 정리한 채식문화 입문서. 종교적 채식주의, 동물애호적 채식주의, 환경주의적 채식주의, 평화주의적 채식주의 등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도 공통된 세계관을 이끌어 낸다. 저자는 ‘한 사람이 먹을 고기를 얻기 위해 필요한 사료가 열 사람분의 식량이 될 수 있다’는 작가 겸 농업학자 미야자와 겐지의 주장을 특히 강조한다. 피타고라스, 플라톤, 바그너, 버나드 쇼, 존 레넌 등 역사상의 채식주의자들도 소개한다.

페미니즘과 채식주의가 가진 접점을 소개하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힌다. ‘고기를 쥐여 주는 남자의 손은 여자에게 예속과 불평등을 상징했지만, 여성은 그에 못지않게 식물을 채집해 온 자로서 예속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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