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곳곳에 구멍 뚫린 혈액 관리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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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혈액관리시스템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대한적십자사와 감독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수혈용 혈액 또는 혈액제제는 인체의 혈관에 직접 투입되기 때문에 어떤 의약품보다도 철저한 안전성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일반의약품보다 더 허술하게 관리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에이즈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혈액이 수혈용이나 혈액제제용 원료로 출고됐다고 하니 2차 감염자가 나오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국립보건원과 한적의 직무 태만으로 에이즈 감염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잘못 기재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인체의 생명 및 건강과 직접 관련되는 혈액 관리를 이렇게 엉망으로 해도 되는 것인가.

얼마 전에는 병원에서 수혈을 받은 환자 9명이 B형 또는 C형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B형과 C형 간염 양성반응 헌혈자의 혈액이 병원과 제약사에 다량 공급된 결과다. 간염은 간경변 간암 등으로 악화될 위험성이 큰 전염병이다. 한적이 일반 제약회사였더라면 줄소송을 당해 벌써 부도가 났을 것이다.

한적이 국민의 회비로 운영되는 데다 시장에 경쟁자가 없어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한적 총재는 매번 여권과 가까운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되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진다. 산하 혈액원은 할당량 채우기에 급급하고 혈액을 사업수단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고 의료인들은 지적한다.

한적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만으로도 난맥상이 드러나는 판에 세무조사에서 어떤 비리 또는 부실 경영이 드러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 결과야 어떻든 한적은 이제 근본적인 수술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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