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잃어버린 1년’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22분


코멘트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경제성장률이 3.1%로 잠정 집계됐다. 외환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이며, 2002년의 7%에 비하면 반 토막도 안 된다. 국민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의 실질증가율은 1.8%에 그쳤다. 1인당 명목국민소득은 10% 증가한 1만2646달러로, 환란(換亂) 이전인 1996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주로 통계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錯視)효과와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하락 덕분이다.

저성장인 데다 성장에 기여하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급격하게 심화됐다.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98.2%인 데 비해 내수(內需)의 성장기여율은 고작 1.8%였다. 수출과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각각 43%와 57%였던 2002년과 비교하면 내수 기반이 거의 무너졌다고 할 정도다. 국민의 실질구매력이 거의 커지지 않아 국내소비(민간소비지출)는 오히려 1.4% 줄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1.5% 감소했다. 이는 향후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신용불량자가 급증해 400만명에 육박하고, 무직자 가정이 250만 가구에 이른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서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옥죈 반(反)기업 정서, 하향 평등주의, 초법적 집단이기주의를 거둬내지 못한다면 ‘잃어버린 1년’에서 그치라는 보장이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총선용 선심정책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기업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속박하는 법과 제도를 개혁하고 기업이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등 무서운 경쟁국들에 영영 처지고 말 것이다. 지금 잃어버린 1년은 미래의 10년과 맞먹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