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코트의 풍운아’ 허재의 농구인생 일화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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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은퇴회견을 하며 활짝 웃고있는 허재. 연합
8일 은퇴회견을 하며 활짝 웃고있는 허재. 연합
농구 인생 30년을 마감한 허재를 말할 때 술을 빼 놓을 수 있을까.

8일 은퇴 발표를 한 뒤 허재는 강산이 세 번 바뀔 세월 동안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1997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꼽았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중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2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라섰다.

하지만 정작 허재는 당시 국가대표에서 빠져 있었다. 96년 11월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되면서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된 것. “15년 대표 생활 동안 국제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 놈의 술이 뭔지….” 허재는 태극마크를 그토록 오래 달고도 고교 졸업반 때 청소년 대회 금메달 말고는 은메달, 동메달뿐이라며 아쉬워한다.

허재는 5차례나 음주 운전으로 입건되면서 번번이 면허정지와 취소 처분을 받아야 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대회 기간에도 숙소를 이탈해 술을 마시는 등 말썽을 빚어 대한농구협회로부터 6개월 동안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두주불사로 유명해 게임 전날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바람에 그를 맡은 상대 수비수는 술 냄새에 취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 지난해 TG삼보가 사상 처음으로 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날 허재는 갈비뼈 연골 골절 수술로 음주를 피해야 될 상황이었지만 “관을 짜놓고라도 마시겠다”며 주당의 면모를 과시했다.

여기에 거침없는 성격의 주인공이어서 기아 시절인 91년 3월 농구대잔치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선 임모, 김모 선수와 주먹다짐을 해 6개월 출전 정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허재는 낚시광으로도 유명하다. 낚시를 즐긴 아버지 허준씨(78)의 영향. 지금도 비시즌 동안에는 지방을 돌며 낚시 유람을 즐긴다. 허재가 중앙대에 진학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당시 정봉섭 중앙대 감독이 허재가 용산중 2년때부터 낚시를 통해 5년 가까이 허준씨에게 공을 들인 덕분이었다.

타고난 체력으로 불혹의 나이에도 코트를 지킨 허재의 비결은 아버지 허준씨의 극진한 뒷바라지.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 권유로 먹기 시작한 뱀탕을 벌써 20년 넘게 장복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단골집인 경기 양평 용문사 부근 영양원에서 ‘좋은 놈’으로 골라 제조해 한 달 동안 꼬박 챙겨 먹었다. 그동안 먹은 뱀만 5000마리는 족히 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

허재의 용산중고 동기인 삼성 이민형 코치는 “중학교 때 내 어깨 밖에 안 오던 허재가 뱀탕을 늘 먹어 여드름투성이가 되더니 키가 훌쩍 컸다”고 회고한다. 허준씨가 낚시에 몰두한 것도 사실은 허재에게 몸에 좋은 붕어즙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는 것. 오랜 세월 동안 영욕을 함께 맛본 ‘풍운아’ 허재. 그는 비록 코트를 떠나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화려한 개인기는 오래도록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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