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집시법 불복종운동 옳지 않다

  • 입력 2004년 3월 5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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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 85개 시민 사회단체가 공동 연대해 불복종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시위문화 창출을 기대해 온 다수 민주시민을 실망시키는 결정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거나 ‘우는 아이 젖 더 준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버리고 가야할 낡은 ‘시대유산’일 뿐이다.

새 집시법은 집회나 시위 과정에서 꽹과리 확성기 등을 사용해 생기는 소음에 ‘생활소음’ 기준을 적용, 일정기준 초과 때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학생수업권 침해를 막기 위해 유치원 초중고교 인근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법을 시행 일주일도 안돼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은 용납되기 어렵다.

과거 권위주의정권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집시법을 사실상 정반대의 악법으로 활용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대형 과격 집회가 봇물 터지듯 하면서 만성적인 교통체증과 과도한 소음 등으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왔다. 최근에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 못지않게 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자유 또한 소중하다는 인식이 일반화하고 있다.

관련 단체는 운동논리에 따라 불복종운동을 전개하기보다는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고질적인 세(勢) 과시형 대형 거리집회에서 벗어나 온라인 공간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경제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만 경찰도 관련 운동단체의 주장 중 일리가 있는 내용은 충분히 검토해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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