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라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46분


민주당이 시끄럽다. 조순형 대표가 추미애 의원 및 소장파들이 요구한 문책인사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거부함으로써 당이 내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조 대표는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들과는 견해가 다르다며 자신의 수습책을 제시하고 “안 받아들이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의 내분까지 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민주당은 현 지도부를 출범시키며 “청와대의 오기정치와 한나라당의 생떼정치 사이에서 민생정치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최근 그런 다짐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제2야당으로서 자기색깔을 확립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정치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 지금 민주당은 한-민 공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서청원 의원 석방동의안 처리는 대표적 사례다. 민생을 위한 정책공조는 당연하지만 정쟁(政爭)까지 공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조 대표의 지역구 이전에도 불구하고 다른 중진들이 이렇다 할 기득권 포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 당이 광주와 전북 전주에서 장외집회를 갖는 등 여전히 지역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점도 실망스럽다. 당이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보지 않고 독불장군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추 의원 등의 태도 또한 유감이다.

민주당이 진정한 야당으로 거듭나려면 이런 부정적 모습을 걷어내고 당의 정체성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내분이나 일으키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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