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다시 뭉친 ‘LG 삼총사’…유지현-서용빈-김재현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29분


코멘트
90년대 중반 최고 인기를 누린 ‘LG 삼총사’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왼쪽부터)이 다시 뭉쳤다. 세월의 흐름 속에 어느덧 뒷전으로 물러났지만 재기를 다짐하는 이들의 밝은 미소에는 희망이 넘친다. 구리=권주훈기자
90년대 중반 최고 인기를 누린 ‘LG 삼총사’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왼쪽부터)이 다시 뭉쳤다. 세월의 흐름 속에 어느덧 뒷전으로 물러났지만 재기를 다짐하는 이들의 밝은 미소에는 희망이 넘친다. 구리=권주훈기자
그땐 정말 대단했다.

잠실구장 스탠드엔 팬들로 꽉꽉 넘쳐났고 LG 트윈스는 싸우면 이겼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루키 ‘삼총사’ 유지현(33) 서용빈(33) 김재현(29)이 주도한 ‘신바람 야구’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땐 야구하는 게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설♬다니까요. 그라운드에 나서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죠.”(유지현)

94년 LG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태평양 돌핀스를 4승 무패로 꺾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6일 경기 구리시에 있는 LG의 훈련장인 챔피언스파크를 찾았다.

“에이, 퇴물들 사진 찍어 뭐하려고 그러세요.” 같이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세 명 중 막내격인 김재현의 입에선 ‘퇴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던 유지현은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받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마감시한을 이틀 앞두고 LG와 1년 계약을 했다. 계약금 1억원, 옵션 1억원에 연봉은 2억3000만원으로 지난해와 동결 조건.

남들은 수십억원짜리 계약을 하는 마당에 1년 못했다고 ‘찬밥’ 신세가 되니 서러울 만했다.

김재현은 ‘각서’ 문제로 구단과 신경전을 벌였다. 고관절 부상이 재발할 때 구단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 지난해 그라운드에 복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은 각서였다. 그는 올해 재계약하면서 “완치됐으니 각서를 파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구단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장은 찍었지만 솔직히 기분 나쁘죠.”

나이 서른하나에 군복무를 시작한 서용빈. 그는 28개월짜리 공익근무요원이다. 올 11월이면 복무를 마치게 되지만 내년이면 서른넷. 재기가 불투명하다. 새파란 선수들도 많은데 과연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사정이 이러니 김재현이 ‘퇴물’이란 표현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퇴물 삼총사’에게도 희망과 꿈이 있다. 이들이 영하의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이유다.

LG는 현재 1군 선수들이 호주 전지훈련을 하고 있지만 유지현과 김재현은 계약이 뒤늦게 되는 바람에 구리훈련장에서 2군 선수들과 함께 몸을 만들고 있다. 1군 선수들이 호주에서 돌아오면 13일경 일본 오키나와로 같이 들어갈 계획.

서용빈은 지난해 말부터 틈날 때마다 구리훈련장에서 연습 중이다. 짬짬이 시간을 내 운동을 하고는 다시 근무지로 돌아간다. “올해엔 연습경기도 뛰며 감각을 되살릴 생각”이라는 게 그의 말. 올 시즌 김재현은 수비가 안 되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오명을 벗고 싶다. 유지현은 “이런 모습으로 끝낼 순 없다”고 했다. 서용빈은 “마흔 살까지 야구할 자신 있다”고 장담했다.

다시 뭉친 ‘LG 삼총사’. 이들은 10년 전의 화려했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하긴 94년 신인지명 41번째였던 서용빈이 그렇게 잘할 줄 누가 알았나.

구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