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딱정벌레…' 딱정벌레, 그 신비한 ‘동물의 왕국’

  • 입력 2004년 2월 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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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한영식 지음 이승일 사진/262쪽 2만2000원 사이언스북스



“(만나자마자) 사랑해, 사랑한다고.”(길앞잡이)

“냠냠. 통째로 매미를 먹는 기분이란….”(풀색명주딱정벌레)

“에잇. 적들아 받아라, 내 방귀폭탄을. 펑!”(방귀벌레)

“난 죽었으니까 건드리지 마.”(가는조롱박먼지벌레)

딱정벌레목에 속한 곤충들의 이야기. 조그맣다고 딱정벌레를 우습게 생각해선 안 된다. 딱정벌레는 동물계(Kingdom)-절지동물문(Phylum)-곤충강(Class)-딱정벌레목(Order)에 속하는, 동물계에서 가장 거대한 왕국을 건설한 곤충이다.

현대적인 분류학이 성립된 이래 분류학자들이 이름붙인 딱정벌레만 해도 모두 35만여종. 종수로만 따졌을 때 동물계 전체의 30% 정도로, 우리가 만나는 동물 가운데 서너종 중 하나는 딱정벌레인 셈이다.

저자 한영식씨(30)는 어릴 때부터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즐겨 관찰했다. 결국 강원대 생물학과에 진학했고, 친구와 단 둘이서 딱정벌레 채집 동아리 ‘비틀스’를 결성한 이후 지금껏 10년 동안 우리땅 우리숲에서 1000종에 가까운 딱정벌레를 채집해 오고 있다.

한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딱정벌레를 땅, 꽃, 잎, 나무, 물속 등 서식지별로 나눈 뒤 각각 딱정벌레들의 특징과 생태, 생활사를 정리했다.

채집여행 길, 우연히 죽은 쥐를 발견했다. 나뭇가지로 뒤집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송장벌레가 있었다.

인간세계에서 사고가 나면 구급차가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처럼, 자연계에서는 송장벌레가 나타난다. 송장벌레는 동물의 사체를 땅 속에 묻어서 분해하는 자연계의 청소부로, ‘매장충(Burying Beetle)’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슴풍뎅이는 바나나에 빠지면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털보왕버섯벌레는 버섯 하나를 독차지하고 먹어서 ‘버섯 속의 황제’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뛰어난 수영선수 물방개는 웬만한 물고기보다 빠르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했던가.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는 그다지 오래 살지 못한다. 저자는 딱정벌레가 다른 동물보다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로 △튼튼한 외골격 △뛰어난 번식력 △이동 용이성 △작은 몸집 △환경에 잘 적응한 몸 구조 △변온동물 △완전변태 △유전적 다양성 △기관계 발달 △다양한 보호색을 꼽았다. 한편 저자는 책 끝 부분에 곤충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유행처럼 많아지면서, 집단 서식지 주변에 생긴 음식점 등의 전등불빛으로 인해 작은 동물들의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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