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의 농구에세이]상갓집서 만난 심판 vs 감독

입력 2003-12-29 18:04수정 2009-10-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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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진땀 나서 못 하겠어.”

최근에만 연장전을 네 차례나 치른 삼성 김동광 감독의 엄살이다. 그중 세 경기를 이겼으니 28일 SK에 패했어도 불만은 없는 듯 웃음 띤 얼굴이다. 이날 저녁 한 농구원로 장례식장에서 김 감독은 마침 유희형 심판위원장과 한자리에 앉았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김 감독. “오늘 우리가 지긴 했어도 심판은 무난히 본 것 같아요. 지고 나서 심판 타령하는 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고요. 그런다고 승패가 바뀌나?”

유 위원장의 답은 “그래, 고맙다”였다. “우리 심판 21명 중에 자기 집 가진 사람은 2명밖에 안돼. 은행융자라도 받아서 집 장만하려 해도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니까 불안해서 못하고.”

KBL심판 연봉은 최고가 4100만원이며 나머지는 2000만∼3000만원. 때문에 대부분의 심판 부인들은 나름대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러나 감독의 입장은 따로 있는가 보다. “나도 오심에 대해 때론 그냥 넘어가지만 승부에 영향을 주는 판정은 어쩔 수 없이 항의를 합니다. 솔직히 심판뿐 아니라 감독들도 그해 성적에 따라서 목숨이 좌우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도 심각해요.” 웃으며 말하는 김 감독의 말속에 뼈가 있다.

유 위원장은 다시 심판 입장을 얘기한다. “몇몇 감독들은 심판 기를 너무 죽이는 것 같아. 말도 심하게 하고. 판정 하나하나에 소리를 질러대니까 어린 심판 중에는 노이로제 현상까지 생긴 사람도 있어.”

“형님, 그것도 웬만해야지요. 오늘도 엔드라인 부근에서 벌어진 터치아웃 상황을 선수한테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을 하프라인 쪽 부심이, 그것도 1년차가 삑 불어대는데 그거 참기 어려워요.”

“지난번 사고로 심판 3명이 못 뛰게 돼서 1년차 심판 출전 횟수가 늘어나니 큰일이야.”

“형님은 심판위원장 계속하시는 거죠?”

“무슨 소리야. 내가 책임져야지.” “지금 형님마저 빠지면 큰일 난다”는 김 감독의 말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오늘 창원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또 항의가 있었대”라고 유 위원장은 혼잣말을 한다.

2003년도 이제 다 갔다. 얼마 전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이 꼭 현장에 있었던 감독, 코치, 심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인지, 혹시 프로농구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나눠 져야 할 책임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새로운 농구의 해 2004년을 맞이하자.

방송인 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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