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여성관객들 “조금 더 벗어!”…세계 첫 라운드맨 뽑던날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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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7번 남자 섹시한데….” “아니야 3번이 더 귀여워.”

14일 서울 롯데 영플라자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라운드맨’ 공개 오디션. 무대를 둘러싼 여성들은 서로 옆구리를 찔러가며 킥킥 웃었다. 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세계챔피언 이인영(32)과 동급 4위 모리모토 시로(31)의 경기에 등장할 라운드맨을 선발하는 자리였다.

키 1m75 이상인 20대 남성이 참가 대상. 3명 모집에 60여명이 몰렸고 예선을 거친 9명이 이날 최종 오디션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의 직업은 수영 및 래프팅 강사, 방송국 리포터, 쇼 호스트, 보디빌더, CF 모델, 배우, 영화과 학생 등으로 다양했다.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참가자들은 상의를 완전히 벗고 피켓을 든 채 워킹을 하며 성대모사, 노래, 춤 등으로 저마다 끼와 재능을 자랑했다. 인근 레스토랑에 있던 여성고객까지 몰려왔다. “옷을 좀 더 벗으라”고 주문하는 여성도 있었다.

행사를 지켜본 황보수영씨(30·여)는 “남녀평등 시대다. 프로복싱에 라운드걸이 있으면 라운드맨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50대 남성은 “남자들이 다 벗고 뭐하는 짓이냐”며 혀를 찼지만 곁에 있던 박병선씨(36)는 “신선하고 새롭다”는 반응.

1위는 1년6개월 전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상우씨(25)가 차지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라운드맨을 뽑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세계 최초라는 말에 가게도 팽개치고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며 기뻐했다.

행사를 주관한 메가PR측은 “남녀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메트로 섹슈얼’이 요즘 추세”라며 “자기소개 패션감각 라운드워킹 포즈 장기자랑 신장 체중 몸매 등 다양한 심사기준에 따라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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